[나스닥에서 살아남기] 나이키·룰루레몬..홈트족 증가에 애슬레저株 '훨훨'

김기진 2021. 2. 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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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레저 의류 기업 주가가 상승세를 탄다. 나이키를 비롯한 전통 강자는 물론 룰루레몬 등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기업 역시 주가 흐름이 긍정적이다.

팬데믹 초기 때만 해도 애슬레저 의류 시장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주요 국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오프라인 상점은 문을 닫았고 운동시설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은 제한적으로만 운영되거나 아예 폐쇄됐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의류 판매가 줄고 운동을 하려는 소비자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바이러스 초기 애슬레저 기업 상당수는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기류는 오래가지 못했다. ‘홈트(홈트레이닝)족’이 늘어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홈트는 집에서 운동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는 홈트족 증가로 이어졌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점 역시 애슬레저 의류 기업에 힘을 실어줬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편한 옷을 찾는 사람이 증가했고 이것이 애슬레저 의류업체에 호재로 작용했다.

집에서 운동을 하는 ‘홈트(홈트레이닝)족’이 늘자 애슬레저 의류 관련 기업 주가가 우상향곡선을 그린다. <룰루레몬 제공>
▶온라인·DTC 키우는 나이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무료 제공

전통 강자 중에는 나이키와 갭이 눈길을 끈다. 나이키는 애슬레저 시장 선두 주자다.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규모 등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구축했다. 연간 매출은 30억달러 이상, 2월 4일 기준 시가총액은 1788억달러다. 2020 회계연도(2019년 6월~2020년 5월)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은 직전 회계연도 대비 4.4%, 순이익은 37% 감소했다. 팬데믹 때문에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은 탓이다. 하지만 반등 조짐이 보인다. 2021 회계연도 상반기(2020년 6~11월)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 12% 늘었다.

나이키가 빠르게 반등할 수 있던 비결은 디지털이다. 나이키는 수년 전부터 디지털 부문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2016년 디지털 부문을 담당하는 디지털최고운영자(Chief digital officer) 보직을 신설했다. 더불어 운동화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앱 ‘SNKRS’를 선보이고 달리기 운동을 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앱 ‘나이키 런 클럽’을 개편하는 등 디지털 판매 실적 개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도를 이어나갔다.

홈트족을 잡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나이키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본격 확산되기 시작하자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침을 바꿨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은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음식 레시피 등을 알려주는 앱이다. 과거에는 한 달에 14.99달러를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었다. 다양한 전략이 효과를 낸 덕분에 2021 회계연도 1분기와 2분기 디지털 부문 매출은 각각 82%, 84% 증가했다.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 대부분을 판매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DTC(Direct to consumer) 부문을 강화한 것도 힘을 실어줬다. DTC는 중간상을 통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 나이키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만들고 회원 전용 상품을 선보이는 등 자사 온·오프라인 매장과 플랫폼을 통해 거둬들이는 매출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실적이 빠르게 회복되자 주가 역시 우상향한다. 지난해 3월 23일 종가 62.8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저점을 찍었다. 이후 상승 기류를 타 올해 2월 4일 140.63달러까지 올랐다. 킴벌리 그린버거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백신이 충분히 보급될 때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DTC 강화 전략 등에 힘입어 장기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갭은 올드네이비와 갭, 바나나리퍼블릭, 아슬레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기업이다. 이 중 운동복 브랜드인 아슬레타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며 주목받는다. 2020 회계연도 1분기(2020년 2~5월) 올드네이비와 갭, 바나나리퍼블릭은 모두 매출이 40~50%씩 감소했다. 아슬레타는 8% 감소하며 선방했다. 아슬레타는 2020 회계연도 2분기와 3분기에는 매출이 각각 6%, 35% 증가하며 발군의 성과를 냈다. 아슬레타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4월 5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올해 2월 4일 22.15달러까지 반등했다. 글로벌 투자분석업체 모닝스타는 “아슬레타가 갭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미만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애슬레저 트렌드에 힘입어 성장한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2020 회계연도 1분기와 2분기에는 전체 매출이 감소했으나 3분기에는 전년도와 같은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운동복’ 언더아머

▷회계 부정 논란 딛고 재도약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기업 중에는 룰루레몬과 언더아머가 주요 종목으로 언급된다. 룰루레몬은 199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해 2007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요가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룰루레몬은 고급 소재를 주로 사용해 옷을 만들고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값이 비싸 ‘요가복의 샤넬’이라 불린다. 소비자가 요가에 관심을 갖고 룰루레몬 제품에 익숙해지도록 오프라인 매장에서 무료 요가 클래스를 여는 전략, 신제품을 자주 선보이는 전략 등을 통해 성장했다. 2020 회계연도 1~2분기(2020년 3~8월)에는 팬데믹 충격으로 실적이 주춤했다. 하지만 2020 회계연도 3분기에는 순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6.5% 증가하며 다시금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주가도 승승장구다. 룰루레몬 주가는 지난해 초 230~240달러 사이에서 움직이다 3월 16일 138.9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연중 저점을 찍었다. 이후 올해 2월 4일 종가 기준 338.59달러까지 반등했다. 남성 의류 제품을 늘리고 중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 나선 만큼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억달러를 들여 스타트업 ‘미러’를 인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러는 홈트레이닝용 스마트 거울을 만든다. 미러 거울은 평소에는 일반 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다. 운동을 하고 싶을 때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거울 속에 전문 강사가 등장해 운동 방법을 알려준다. 복싱, 댄스 카디오(유산소), 스트레칭 등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값은 다소 비싼 편이다. 거울 가격은 1495달러고 운동 강좌 구독료로 매월 39달러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소비자 사이에서 관심이 뜨겁다.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등 할리우드 스타 역시 미러 고객이다. 지난해 미러는 매출 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언더아머는 미식축구 선수 출신 케빈 플랭크가 1996년 설립했다. 옷의 디자인은 화려하지 않지만 편리하고 땀 흡수 등의 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오를 때 언더아머 옷을 입은 모습이 포착되며 ‘이재용 운동복’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9년 회계 부정 의혹에 휩싸이고 2020년 초 패트릭 프리스크 CEO가 임기를 시작한 직후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며 다소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DTC 매출 비중이 늘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 매출이 증가하며 북미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4월 7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올해 2월 4일 20.26달러까지 뛰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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