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안자 질투하냐" 기자에 폭언..백악관 부대변인 잘렸다

박현영 2021. 2. 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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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여기자에 폭언..참모 첫 사퇴 사례
"남자가 너랑 안 자서 질투하냐" 발언도
정직 처분에도 여론 악화하자 사표 받아
기자 협박과 여성 혐오 발언으로 최근 사임한 TJ 더클로 백악관 부대변인이 지난 9일 브리핑룸에서 젠 사키 대변인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동료를 무례하게 대하고 누군가를 무시하는 말을 한다면 그 자리에서 여러분을 해고할 것을 약속한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 선서를 마친 뒤 백악관 직원들에 한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막말과 상호 비방이 난무하던 백악관 문화에서 벗어나 품위와 예의를 지켜달라는 각별한 경고성 당부였다.

그리고 이같은 경고는 한 달도 못돼 현실이 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TJ 더클로 부대변인의 사임을 발표했다. 더클로는 자신의 사생활을 취재한 여성 기자에게 성적인 욕설을 하며 기사를 싣지 말라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3주 넘게 사건을 묵히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최근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 직원들의 선서를 받으면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직원은 즉각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배니티페어에 따르면 폴리티코 소속 타라 팰머리 기자는 지난달 더클로 부대변인과 악시오스 소속 알렉시 매카몬드 기자가 연인 관계라는 기사를 취재했다. 양측 갈등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인 1월 20일께 시작됐다.

팰머리 기자의 남성 동료가 반론을 받기 위해 더클로 부대변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더클로는 그에게 연락하지 않고 팰머리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보도가 나갈 경우 "당신을 파괴하겠다(I will destroy you)"며 위협했다고 배니티페어는 전했다.

더클로 부대변인의 폭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팰머리 기자가 자신과 매커먼드 기자의 관계를 질투해 기사를 쓰려 한다고 몰아갔다고 한다. 과거 한 남성이 팰머리 기자가 아닌 매커먼드 기자와 자고 싶어했다는 사실에 질투심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발언도 했다고 배니티페어는 전했다.

다음날 폴리티코는 사키 대변인, 케이트베딩필드 공보국장, 아니타 던 선임보좌관 등 백악관 고위 관료들에 더클로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사건을 묵히다가 지난 12일 배니티페어 보도가 나온 뒤 "더클로 부대변인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일주일 무급 정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클로 부대변인이 업무에 복귀하면 폴리티코 관련 일은 맡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론은 '이게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냐'며 거세게 비판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오후 늦게 상황을 보고받은 뒤 더클로의 사임 결정이 나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악시오스 기자는 더클로와 연인 관계라는 것을 지난해 11월 사측에 알린 뒤에도 바이든 캠프를 출입하면서 당선인에 대한 보도를 계속했다. 팟캐스트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료와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의 사적인 관계는 언론 윤리 차원에서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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