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디지털 그림..호크니와 차별화? 저작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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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은 안창홍, 호크니는 호크니."
이인성 미술상, 이중섭 미술상 등을 수상한 중견 작가 안창홍(68)씨가 '디지털 펜화 첫 개인전-유령 패션'전을 한다.
지난해 6월부터 고가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시작한 이번 유령 패션 시리즈는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4)의 디지털 회화에 자극받았다.
그러나 패션 사진작가 A씨는 "원본은 패션쇼 장면 등이 보이는 등 최고의 패션 사진작가들이 찍은 것 같다. 패션 사진작가가 모델의 포즈를 만들어 작품화한 창작성에 전적으로 기대 그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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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은 안창홍, 호크니는 호크니.”
이인성 미술상, 이중섭 미술상 등을 수상한 중견 작가 안창홍(68)씨가 ‘디지털 펜화 첫 개인전-유령 패션’전을 한다. 15일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호리 아트스페이스에서다. 전시장에서 미리 본 작품들은 얼굴과 팔, 다리 등 신체 부분은 사라진 채 옷만 남은 인간이 표현돼 유령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인터넷상에서 패션 화보 등 이미지를 수집한 뒤 선별된 사진 위에 스마트폰 앱의 그리기 기능을 이용해 얼굴, 손, 발 등을 지우고 필요한 가필을 반복하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의 리터치 덕분에 고가의 명품 브랜드 스커트나 블라우스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감은 피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최근 전시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패션은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계급의 상징이다. 물질적 풍요의 정점에 있다”면서 “너무 넘쳐날 때 공허하다. 앱 기능으로 리터치를 해서 육신은 빠져나가고 옷들만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고가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시작한 이번 유령 패션 시리즈는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4)의 디지털 회화에 자극받았다. 안 작가는 “저보다 연배가 높은 호크니도 하는데 나는 뭐 하냐 싶었다”라면서 “호크니는 아이패드로, 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또한 “호크니는 기존에 그리던 풍경이나 인물을 디지털 매체로 바꿔 그렸지만 저는 새롭게 발언하고자 하는 바에 걸맞은 새 조형 언어를 창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제작 방식에서의 이런 차이가 단지 개성의 차이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작가는 인터넷상에서 다운로드한 누군가의 창작물인 패션 사진 위에 앱기능을 이용해 디지털 터치를 가했다. 안 작가가 인터넷상에서 수집한 사진은 샤넬, 마르니, 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의 패션 화보나 상업 광고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현대미술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작가는 “저작권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의상이 풍기는 이미지와 상반된 조형적 어법을 찾아 원본 이미지를 계속 망가뜨리며 의도하는 대로 끌어왔다”라고 설명했다. 아이프매니지먼트 김윤섭 대표는 “패션 화보는 불특정 다수에게 이미 노출된 이미지다. 현대미술, 특히 팝아트에서 상업광고 등의 차용과 패러디 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즉 원본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펜으로 작가만의 리터치를 가해서 현대인의 심리적 초상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패션 사진작가 A씨는 “원본은 패션쇼 장면 등이 보이는 등 최고의 패션 사진작가들이 찍은 것 같다. 패션 사진작가가 모델의 포즈를 만들어 작품화한 창작성에 전적으로 기대 그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 B씨는 “인터넷상의 사진을 다운 받아서는 사용하는 것은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 등의 방법으로 다시 제작할 수 있는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원본 사진을 부분적으로 지우는 것도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패러디’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패러디가 저작권 침해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차적 저작물로서 대중이 인정할 새로운 창작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변호사 B씨는 “패러디의 요건은 엄격하다. 새로 그리지 않고 원작 그 자체를 굳이 사용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차적 저작물이 상업성을 띠고 있을 경우 이를 공정한 인용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판결도 있다. 하지만 미술평론가 C씨는 “그렇게 엄격하게 적용하면 예술가의 창작성이 발현될 수 없다. 안 작가는 실재(내면·본질)와 껍질(외부·치장) 사이를 오가며 성형이나 화장술로 변신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허위의식을 고발해왔다”라며 “유령 패션은 그런 작품 세계를 관통해온 주제를 도시적 감각으로 새롭게 실현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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