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타세요, 환상적인 해넘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돈삼 기자]
▲ 완도에 딸린 섬 장도 전경. 해상왕 장보고가 설치한 청해진의 본영으로 알려져 있다. 그 너머, 오른편으로 보이는 다리가 장보고대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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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나면서 추위가 누그러졌다. 한적한 곳을 찾아 나만의 여행길에 오른다. 따뜻한 남쪽으로 드라이브를 겸한 봄마중이다.
목적지는 한반도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섬, 전라남도 완도다. 완도는 겨울에도 비교적 다사롭다. 자생하고 있는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같은 난대수종이 증명한다. 주변 경관도 아름답다.
나주, 영암, 강진, 해남을 거쳐 완도대교를 건넌다. 대교를 건너 오른쪽 해안도로를 탄다. 완도수목원 앞을 지나 정도리 구계등과 드라마 <해신> 소세포 세트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완도 해안을 드라이브하기에 가장 좋은 코스다.
▲ 완도수목원의 동백나무 군락지. 작년 이맘때 찍은 풍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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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 정도리 구계등 전경. 크고 작은 갯돌이 아홉 계단을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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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에서 먼저 만나는 완도수목원은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난대림 수목원이다. 난대림은 사철 푸르다. 면적이 2050만㎡, 여기에 40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각기 다른 난대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을 통한 치유를 실감할 수 있다. 특성에 따라 방향식물원, 희귀식물원, 아열대온실도 있다. 산림박물관도 볼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임시 휴관 중이다. 코로나19 탓이다.
정도리 구계등(九階燈)은 크고 작은 갯돌이 깔린 바닷가다. 밖으로 드러나고, 바닷속에 잠겨있는 갯돌밭까지 모두 아홉 개의 고랑과 언덕을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 파도에 씻기고 깎인 갯돌이 매끄럽다. 모양도 동글동글하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지면서 들려주는 연주음도 감미롭다.
해변의 상록활엽수림도 울창하다. 오래 전에 주민들이 태풍과 해일로부터 생활 공간을 보호하려고 조성한 방풍림이다. 해송과 감탕나무, 가시나무, 단풍나무가 빽빽하다. 탐방로도 개설돼 있다. 안내판을 하나씩 훑어보며 걷는 재미가 좋다.
▲ 장도에서 본 장좌리 풍경. 장좌리와 장도를 나무다리로 이어준다. 물때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드나들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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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주민이 장좌리 앞 바다에서 굴을 따고 있다. 장도와 장좌리 사이 바다는 굴과 감태가 많이 자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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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장보고의 진짜 흔적을 찾아 장도로 간다. 장도는 장보고가 설치한 청해진의 본영으로 알려져 있다. 장보고는 청해진을 거점으로 서남해안의 해적을 소탕하며 해상권을 장악했다. 신라와 일본, 당나라의 삼각 무역에서도 주도권을 쥐며 '해상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장도는 작은 섬이다. 면적이 12만5400㎡ 밖에 안 된다. 지금은 나무다리로 연결돼 있다. 언제라도 섬을 드나들 수 있다. 섬에 당시 청해진이 복원돼 있다. 겹겹이 시루떡처럼 생긴 판축토성을 따라 성곽 위를 걷는다. 청해진 앞바다를 오가는 배를 관측하는 고대, 치, 굴립주도 있다. 당집에는 장보고와 송징, 혜일대사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 장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닷가의 목책들. 장보고 시대의 유물로 확인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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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를 둘러싸고 있는 목책. 장보고 시대의 유물로 확인되면서 장도를 청해진의 본영으로 만들어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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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목책도 별나다. 썩거나 잘려 나가고 밑동만 남았지만, 1200년 세월을 지켜왔다. 통나무로 쌓은 해안 방어용 울타리였다. 배를 대기 위한 접안 시설로도 쓰였다고 한다. 장도를 청해진의 본영으로 확인시켜준 유물이다.
장도를 품은 마을, 장좌리도 정겹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새벽녘부터 해 질 때까지 세시풍속 놀이를 행하는 마을이다. 풍물을 앞세우고 장도로 가서 당제를 지낸다. 마을로 다시 돌아와선 우물굿, 당산굿, 지신밟기를 하고 해질 무렵에 갯제까지 지낸다.
장좌리에 당시 청해진 사람들이 마셨다는 장군샘이 복원돼 있다. 마을 입구에 장보고기념관도 있다. 장도에서 발굴된 유물을 보여준다. 실제의 4분의 1 크기로 만들어진 장보고무역선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잠시 문을 닫고 있다.
▲ 장도 앞 장좌리에 있는 장군샘. 청해진 사람들이 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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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 신지도의 명사십리 해변. 모래가 부드러워 맨발로 걸어보면 더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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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읍을 돌아보고 방향을 신지도로 잡는다. 완도 본섬과 신지도를 이어주는 신지대교를 건넌다. 신지도는 명사십리 해변으로 널리 알려진 섬이다. 해변 풍광이 아름답다. C자 모양으로 유연한 해안선도 매혹적이다. 잠시 신발을 벗어들고 백사장을 걷는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모래결의 감촉이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 완도 신지도와 고금도를 이어주는 장보고대교 전경. 고금도와 신지도를 강진, 완도와 한층 가깝게 만들어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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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영이 유배생활을 한 송곡마을에서 장보고대교를 건넌다. 1305m의 장보고대교는 신지도와 고금도를 연결하고 있다. 고금도는 굴이 많이 난다. 주민들이 약산도와 신지도 사이, 대게포에서 굴을 키운다. 굴은 바다의 완전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듬뿍 들어 있다. 예부터 나폴레옹과 클레오파트라도 즐겨 먹었다는 식품이다.
고금도는 이순신과도 뗄 수 없는 섬이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이 명나라 진린과 함께 마지막 본영을 두고 일본군을 무찌른 곳이다. 이순신을 모신 사당 충무사와 월송대(月松臺)가 여기에 있다. 월송대는 1598년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은 이순신의 시신을 옮겨와 봉안했던 곳이다.
▲ 장도 앞 해상의 전복과 미역 양식장 모습. 드라이브를 겸한 완도 나들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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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 고금도에 있는 충무사. 이순신 장군을 배향하고 있는 사당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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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고금도에서 고금대교를 건너 강진마량으로 이어진다. 마량은 '남도답사일번지' 강진에 속한 아름다운 항구다. 강진에는 짚라인을 타고 섬탈출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섬 가우도가 있다. 강진만 갈대밭과 백운동 별서정원, 월출산 무위사, 그리고 다산 정약용과 엮이는 다산초당과 백련사가 있다.
▲ 강진마량 앞바다의 해넘이. 완도 드라이브를 겸한 나들이의 대미를 장식해주는 풍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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