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들의 SNS'라는 클럽하우스에 가봤습니다

이성윤 2021. 2. 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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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권력화된 소통일까, 새로운 소통의 장일까.. 아쉬움과 기대감 공존

[이성윤 기자]

 클럽하우스 앱
ⓒ 인터넷 갈무리
최근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초대장을 받거나, 지인이 수락해줘야만 가입을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인싸'(인사이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의 SNS라고 불린다.

'클럽하우스'는 다른 SNS와 달리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다. 그 안에는 다양한 방들이 열리곤 하는데 방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최근에 핫했던 방으로는 '성대모사 방'이 있었다. 제목 그대로 사람들이 모여 성대모사를 하며 웃는 방이었다.

클럽하우스에는 다양한 토론방도 열린다. '클럽하우스가 올드 미디어를 대체할 수 있을까', '영화·드라마 후기 방' 등에서는 그 분야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열띤 대화가 열린다.

클럽하우스의 열풍에 최근 유명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들이 가입하면서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가입하면서 클럽하우스의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운 좋으면 일론 머스크의 대화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래퍼 딘딘은 라디오에 출연해 '클럽하우스'를 "끼리끼리 더 권력화된 소통"이라 지적했고, 배우 김지훈은 "남들보다 더 우월해지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동하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입장에서 두 사람의 말에 공감이 되면서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클럽하우스의 방은 스피커와 관객으로 구분되어 있다. 스피커는 방에서 말을 할 수 있고, 관객은 들을 수만 있다. 관객은 '손들기'를 통해 스피커가 될 수 있지만, 그 권한은 모더레이터(진행자)에게 있다.

처음 방을 만든 모더레이터는 누군가의 말할 권리를 줄 수도, 발언권을 빼앗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클럽하우스는 마치 강연장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 놓은 듯한 모양새다.

강연장은 무대를 기준으로 무대에 선 사람은 말 할 수 있고,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말을 할 수 없다. 간혹 관객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게 되면 강연자에게 질문할 권리가 생기는데, 클럽하우스의 운영방식과 일치한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연예인들의 비판, 소신 발언일까?
 

일부 연예인들이 클럽하우스에 대해 비판한 말들을 언론은 '소신 발언'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발언이 '소신 발언'이 될 수 있을까?

연예인은 주로 강연장, 콘서트장, 행사장에서 무대 위에 선다. 그들은 어디에 가도 발언할 기회를 가지며 손 든 사람에게 질문할 권리를 주는 존재가 된다. 클럽하우스에서의 모더레이터 표시만 없을 뿐 오프라인에서 이들은 이미 모더레이터다.

클럽하우스와 무대의 다른 점이라면 무대는 비교적 수평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고개를 약간 들어야 하지만, 간혹 큰 강연장에서는 무대에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무대는 앞서 설명한 대로 결코 수평적이지 않은, 수직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다. 다만 눈높이에 따라 수직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반면 클럽하우스 화면 속에는 스피커가 위에 존재하고 관객들이 아래에 존재해 이들의 존재가 시각적으로 수직적인 관계가 명확하게 보인다. 따라서 좀 더 권위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오프라인에서 모더레이터인 사람들의 발언이 '소신 발언'이 될 수 있는가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클럽하우스에 권위적이고 차별적인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클럽하우스는 애초부터 아이폰 유저들만 사용이 가능하며, 초대장이 있거나 수락을 받은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싸들만 사용하는 SNS'로 알려졌는데, 인싸들만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차별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스피커와 관객이 화면 속에 수직적으로 놓여있음에 따라 스피커들은 종종 "아래에 계신 분들 중 말하고 싶으신 분은 손들어주세요"라는 말을 하는데 "아래에 계신 분들"이라는 표현부터가 벌써 권위적이다. 물론 스피커들이 권위적으로 말하기 위해서 저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클럽하우스 화면 구도에 따른 자연스러운 발언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인생 SNS가 된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의 장점도 물론 많다. 이미 클럽하우스에는 유명 작가, 방송인, 학자, 기업 대표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방을 열어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로 이들의 강연이나 이야기를 듣기 어려워지는 요즘에 클럽하우스는 또 다른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미리 기획된 방송에서 정제된 말을 듣는 것에 비해 날 것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다.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인상 깊게 참여한 방 중 하나는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방'이었다. 기존의 SNS를 이용하기 어려웠을 이들에게 클럽하우스는 인생 SNS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용해본 가장 좋은 장점은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로 모여있는 방 같은 경우 참가자 전원에게 발언권을 주기도 한다. 한 번은 인공위성을 만드는 청년을 만났는데, 늘 사회·정치 기사만 쓰는 내게 그 청년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SNS에 대한 평가는 항상 갈리기 마련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던 퍼거슨 경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다. 하지만 누구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곤 한다. 클럽하우스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자세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게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는 차별적이고 권위적이다고 하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클럽하우스가 인생 SNS가 되어가고 있다. 라디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벌써 클럽하우스로 인해 라디오 미디어가 망할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누구는 토론하기 최적의 곳이라고 한다.

벌써 다양한 사회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방이 생기기도 했다.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아쉬움과 기대감이 공존한다. 앞으로 클럽하우스가 수평적인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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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30싱크탱크 '신세대'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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