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도심에 나타난 장갑차..공무원들 출근 거부 시위

서유진 2021. 2. 15. 12: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쿠데타 항의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군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며 유혈사태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양곤 시내에 쿠데타 발생 후 처음으로 장갑차량이 나타났다. 현지 언론은 군사정부 최고 권력자인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공무원의 '불복종 운동' 등을 차단하기 위해 군 병력을 배치하는 강수를 뒀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늦은 밤까지 장갑차가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며 위협한 것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심리전"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4일 미얀마 양곤 시내에 등장한 장갑차량. [EPA=연합뉴스]

현재 미얀마의 국립병원 의료진, 교사, 각 부처 공무원, 국영 철도회사 근로자, 항공 관제사 등이 집단으로 출근을 거부하며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고 있다. 병원·열차·항공기 등 국가 주요 산업도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됐다. AFP통신은 "항공청 직원 수백 명이 파업에 나섰고, 군인들이 늦은 밤 양곤의 국제공항 주변을 포위했다"고 보도했다.

국영 철도 근로자 수백 명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일부 철도 노선 운행도 중단됐고, 발전소에도 군인이 배치됐다. 국제 위기 분석가 리차드 호르시는 "상당수 부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군부가 전력망 관리자 등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장 군인들과 시위대의 충돌도 잇따르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현지 시위 모습과 함께 총격 소리를 들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BBC는 14일 미얀마 카친 주에서는 보안군이 쿠데타 반대 시위대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BBC는 "고무탄인지 실탄인지는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의 집을 보안군이 포위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14일 장갑차량이 미얀마 양곤에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군부의 강경 진압 움직임에 미국 등 서방 국가 대사들은 "시위대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11개 서방국가 대사관들은 14일 공동성명을 내고 "미얀마 국민의 민주주의, 자유, 평화, 번영 추구를 지지한다"면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네피도에서 지난 14일 시위자들이 "군부 쿠데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자들 사이에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도 확산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 등장한 것을 따온 것인데 세 손가락은 각각 선거·민주주의·자유를 뜻한다. [AFP=연합뉴스]

주미얀마 미국대사관은 14일 트위터를 통해 자국민들에게 자택에 대기할 것을 당부했고, 15일 오전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통신이 두절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15일 오전 기준 인터넷 접속률은 평소의 14%에 불과하다고 BBC가 보도했다.

주 미얀마 미국 대사관은 15일 오전 1시~9시 통신이 두절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


한편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구금 기간이 오는 17일까지 이틀 연장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수지 고문의 변호인인 킨 마웅 조는 법원의 이런 결정 사실을 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 3일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하고, 이를 허가 없이 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수지 고문을 기소했다.

수지 고문의 구금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시위대가 "우리의 리더인 아웅산 수지를 석방하라" "독재자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