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심경토로.."'조국 수사' 덮었으면 꽃길이었을 것"
"前대통령이나 조국 수사나 똑같이 할 일 했다
권력의 사냥개 원했더라면 나 쓰지 말았어야
진영 상관없이 강자 '불법' 엄정하란 기준 따라"
문재인정부 들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며 '적폐 수사'를 총괄하다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은 "(조국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들이 있었을까, (좌천된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 검사장은 15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나를 쓰지 말았어야 했다. 그분들이 환호하던 전직 대통령들과 대기업들 수사 때나, 욕하던 조국 수사 때나, 나는 똑같이 한 일 한 것이고 변한 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 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받았지만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한 검사장은 "진실이 어디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 벌인 공작과 선동이 상식 있는 사람들에게 막혀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국 수사'는 "설명 안되는 의혹들이 워낙 많았고, 관련자들이 말을 맞춰 거짓말을 하거나 해외 도피까지 한 상황이라 집중적 수사가 필요했다"며 "예를 들어 입시 비리나 펀드 비리 같은 건들을 보면, 그 정도 사실이 드러날 경우 보통 사람들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되 유리한 사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방어한다. 그런데 오히려 음모론을 동원해 더 적극적으로 사실 자체를 부정했으니 압수수색 같은 수사가 더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서 조국 수사를 두고 "과잉수사다", "사소한 문제를 부풀렸다"고 비판한 데 대해 한 검사장은 "자본시장의 투명성, 학교 운영의 투명성, 고위공직자의 청렴성과 정직성, 입시의 공정성, 그리고 사법 방해. 어느 하나도 사소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있는 문제도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향해 "출세시켜 준 정부를 배신했다"고 공격한 것을 두고, 그는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나를 쓰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분들이 환호하던 전직 대통령들과 대기업들 수사 때나, 욕하던 조국 수사 때나, 나는 똑같이 할 일 한 것이고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나나 눈 한 번 질끈 감고 조국 수사를 덮었다면 계속 꽃길이었을 것"이라며 "권력의 속성상 그 수사로 내 검사 경력도 끝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 사건 하나 덮어버리는 게 개인이나 검찰의 이익에 맞는 아주 쉬운 계산 아닌가, 그렇지만 그냥 할 일이니까 한 것이다. 직업윤리였다"고 부연했다.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여러 차례 단행했던 한 검사장은 다소 가혹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에 "나는 기업인이 대한민국 사회를 여기까지 발전하게 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꼭 그래야 하며 깊이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자유시장과 시장에서의 경쟁이며 그 기초는 공정한 룰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심각한 불법이 드러난 이상 그게 누구라도 똑같은 룰이 적용되어야만 그런 믿음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할 수 있는 것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은 반대 방향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 한 검사장은 "대단히 찬성하지만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라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특별한 검사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아니라 보통의 검사가 직업윤리적 용기를 내면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당초 검찰개혁 논의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고 봐줘서 시작된 거 아닌가, 이 정부의 검찰개혁은 반대 방향이라 안타깝다. 앞으로 권력 비리 수사의 양과 질이 드라마틱하게 쪼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검사장은 유시민 이사장이 자신을 향해 '불법 계좌 추적 의혹'을 제기했다가 최근 근거가 없음을 인정하며 공개 사과를 한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는 "나 뿐만 아니라 유시민 이사장의 거짓 선동에 1년 넘게 현혹당한 많은 국민이 피해자다.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검사를 그만둘 때까지 지금까지처럼 살 것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는 다짐을 늘 한다"며 "20년 동안 수사마다 그것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운 좋게도 그때마다 주위에 좋은 수사관들과 실무관들, 검사들이 있었다. 윤 총장도 그런 분"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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