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긴급 설문]"시장논리 훼손하는 '금융사 옥죄기'..국제소송전 가능성 심각"

김효진 2021. 2. 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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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중심 금융권 압박에
"금융사 이익은 주주 몫" 비판
'이익공유=이익환수' 지적도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익공유제 참여 압박과 금융지주 배당 및 회장의 연임 제한, 편면적 구속력 도입 같은 ‘금융회사 옥죄기’가 정부ㆍ여당발(發)로 줄줄이 표면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시도가 시장의 원리를 훼손할뿐더러 외국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러 국제소송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배당·이익공유 놓고 여·야 의견 첨예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대출만기연장, 이자유예 조치의 영향으로 자산건전성 및 당기순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국난 극복에 전국민의 동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높은 배당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금융권의 배당 성향을 낮춰야 한다는 여당측 주장의 논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반면 야당은 주주 이익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배당 축소 권고는 명백한 관치금융으로 자율경영을 저해하는 지나친 규제”라면서 “건전성이 우량한데 이익공유제를 주장하면서 주주에게는 이익을 돌려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창현 의원도 "주요 금융지주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주주이탈이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제한과 관련해서도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김한정 의원은 "셀프연임을 방지하고 민주성, 투명성,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임기제한, 대주주 적격성심사 강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문제가 있다면 연임이 안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절충적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윤창현 의원은 "회장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면 견제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 이익공유의 방안으로 거론되는 ‘이자멈춤법’과 관련해서도 여야는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김 의원은 "금융기관이 외환위기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가 국민 세금으로 회생한 만큼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이자를 한시적으로 삭감 또는 중단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금융사 이익은 정부 아닌 주주의 몫" = 이처럼 여당이 금융사 옥죄기를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회사의 이익은 주주의 것이지 정부의 것이 아니다"면서 "기업들은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내고 수익이 많이 나면 세금을 통해 이익공유를 하고 있음에도 뭔가를 더 하라는 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과거에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는 다양한 명목으로 존재하는 준조세 등 규제의 영향이 컸다"면서 "없어지던 규제들을 다시 역으로 되돌리는 것이고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함과 동시에 재산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면 몰라도 법으로 하자는 것은 이익환수제가 돼버린다"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초과이익을 내놓으라는 것이므로 환수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해외투자자들의 반발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휘말릴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들에 외국자본이 얼마나 많이 들어와있느냐"면서 "생산의 주체는 주주와 근로자인데 전혀 관계가 없는 정부나 정치권이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지주들이 잇따라 배당을 억제하는 데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금융지주나 은행이 정부 소유물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소상공인들의 대출 원금상환 유예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손실이나 부실의 정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보니 이처럼 무리하게 손실흡수력을 키우도록 몰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의 이익은 코로나19로 어렵고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수많은 소비자들에게서 나온 것이고 따라서 은행들이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배당 같은 문제를 직접 건드리는 것보다는 조금 다른 차원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셀프연임’ 문제 있지만 정치권·정부 개입 부적절" =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회장 연임의 문제를 두고서도 금융지주 이사회가 결정할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권 일각의 ‘셀프연임’ 관행에 문제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다만 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정부나 정치권이 강제로 ‘몇 년만 하라’는 식이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그러면서 "이사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선진적인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리더십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힘을 갖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상봉 교수 또한 ‘셀프연임’ 관행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임기를 짧게 제한하면 단기성과주의적인 행태가 나타날 수 있고 이를 위해 무리한 인력 구조조정 등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임기 제한이 능사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교수는 "무조건 제한하기보다는 금융업의 특수성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금융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어떤 방안이 더 바람직한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사의 쟁송권을 일부 박탈하는 편면적 구속력 방안에 대해 김상봉 교수는 "금융감독당국이 감독을 제대로 못 한 책임은 없느냐"면서 "당국의 분쟁조정 결과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도록 유지하는 것이 맞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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