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공급 대책..'공급 쇼크'라는데 세부 계획은 어디에?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서울시 등은 지난 2월 4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도 3080플러스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이하 2·4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문재인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그간 현 정부가 내놓은 공급 대책 중 최대 규모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가구, 인천·경기 29만3000가구, 5대 광역시 22만가구 등 총 83만6000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 부지를 확보하되,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7만2000가구가량을 공공이 노후 도심을 직접 개발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 나머지 물량은 신규 택지 지정으로 공급하는 물량 26만3000가구와 지난해 11·19 전세 대책의 연장선에서 나온 매입임대주택 등 단기 공급 물량 10만1000가구 등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서울 물량(32만가구)은 서울시 주택 재고의 10%에 달하는 ‘공급 쇼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분당신도시 3배, 강남 3구 아파트 수 34만1000가구와 비슷한 규모”라고 덧붙였다.
▶서울에 32만가구 공급 계획
▷의무 거주·재초환 다 풀어준다
눈에 띄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를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기존 정비구역의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과 소규모 재개발을 합해 총 30만6000가구(서울 11만7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은 토지주, 민간기업, 지자체 등이 저개발된 도심 우수 입지를 발굴해 주택 등을 짓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에 제안하면, 국토부와 지자체 등의 검토를 거쳐 그 지역을 예정 지구로 지정하고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예정 지구로 지정된 지 1년 내에 토지주 등 3분의 2가 동의하면 사업이 확정되고, 토지 수용 등 공기업의 부지 확보, 지자체의 신속한 인허가를 거쳐 착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정부가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주면 기존 사업 방식보다 10~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공공이 직접 시행자로 나서는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은 기존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이 대상이다. 정부는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을 통해 13만6000가구(서울 9만3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것으로 계산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은 주민 동의 후 LH, SH공사 등이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고 사업과 분양 계획 등을 주도해 신속히 추진하는 방식이다. 조합원 과반수 요청으로 공기업의 정비 사업 시행이 시작하면 조합총회와 관리처분인가 절차를 생략하고 통합심의 등을 적용한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기존 13년 이상 걸리던 사업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사업성 개선을 위해서는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역시 여기서도 조합원에게는 기존 정비 계획 대비 10~30%포인트의 추가 수익을 보장하고 대신 보장된 수익률을 넘기는 개발이익은 환수해 생활 SOC 확충, 세입자 지원,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임대·공공자가주택 등에 활용한다.
이외에 기존 도시재생(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 방식을 개선해 3만가구(서울 8000가구),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6만가구(서울 3만8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 서울 인근, 광역시 등 전국 15~20곳에 신규 택지를 추가로 지정해 26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청약가점이 낮은 30~40대 무주택자에게도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번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의 70~80%를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일반분양 물량이 현재 15%에서 50%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저축 총액 순으로 공급한 전용 85㎡ 이하 주택에 대해서도 30%는 추첨제를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투기 방지를 위해 우선공급권은 1가구 1주택을 원칙으로 하고,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구역에서 기존 부동산 매입 계약을 새로 체결한 경우에는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업 예정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사업 예정지 가운데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불안해지면 지구지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실효성 있을까?
▷재산권 제한…단기 공급도 어려워
정부는 이번 대책을 ‘공급 쇼크’라고까지 자평하며 시장에 곧 대규모 물량 공급이 있으리라는 신호를 줌으로써 ‘패닉바잉(공황구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였다. 전문가들도 공급이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공공이 직접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나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한 것도 기존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수정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부 의도대로 재건축 단지들이 얼마나 공공 주도 사업에 참여할지가 관건이다. 83만여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만 강조됐을 뿐 정작 언제까지, 어떻게 보상해 공급하겠다는 세부 계획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책 발표 직후 “많은 물량이 계획대로 공급된다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단기 성과보다는 시장 수요에 맞는 장기적 공급 계획을 제시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이날 발표 내용에서 공급 계획을 보다 구체화하고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실질적인 공급과의 시간차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계획대로 주택 공급이 추진된다 해도 향후 공급이 너무 많아 주택 시장에 쇼크가 올 수 있지 않으냐는 우려도 있기는 하다. 권 교수는 “만약 공급 사업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주택 입주 시점에 맞춰 주택 시장 충격을 완화할 대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4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을 신규 매입하는 경우를 현금 청산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게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공공이 추진하는 정비 사업에 외부 수요 유입이 원천 차단되면 기존 주택 보유자는 주택 매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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