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진짜 안 문다니까요" 이제는 안 통합니다

한승곤 2021. 2. 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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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 책임보험, 가입 안 하면 과태료
맹견으로 인해 사람 사망하면 피해자 1명당 8000만원
손해배상 등 개물림 사고 방지 차원에서 '맹견 입마개' 착용 자리 잡을 듯
맹견. 자료사진.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개물림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 분쟁이 늘어나자 정부는 맹견 책임보험 제도를 도입해 시행에 나섰다. 맹견으로 인해 타인을 사망 또는 상해, 다른 반려견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 보험을 통해 배상을 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맹견 견주들은 개물림 사고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맹견 입마개' 착용을 제대로 이행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간 개물림 사고 등 갈등 국면에서 입버릇처럼 쓰였던 "우리 개는 진짜 안 문다니까요" 변명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2일 정부는 동물학대 처벌, 반려동물 안전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시행했다. 해당 법은 맹견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나 재산상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맹견 소유자가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맹견의 소유자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기존 맹견 소유자들은 법 시행 당일인 12일까지, 새로 맹견을 소유하게 되는 사람들은 맹견을 소유하는 날 보험에 꼭 가입해야 한다.

소유자의 배상책임보험인 맹견 보험은 맹견으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면 피해자 1명당 8000만원, 부상·후유장애가 생긴 경우 피해자 1명당 상해등급 또는 후유장애등급에 따른 1500만원, 다른 동물 상해 입힐 시 1건당 200만 원 이상의 보상 한도를 가지고 있다.

단, 보험 가입을 했더라도 공격성이 있는 개를 키우는 보호자는 사고 예방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만료일 이전까지 보험을 갱신하지 않는 경우에는 1차 위반시 100만원으로 시작해 3차 위반시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맹견은 2200마리 정도다. 등록이 안 된 맹견도 많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는 1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입마개를 하지 않을 경우 자칫 개물림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이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맹견 입마개 착용은 견주들 사이에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개물림 사고 매년 2천 건…스피츠 길에서 물려 현장에서 죽어

정부는 로트와일러,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공격성이 강한 개 5종을 맹견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개물림 사고는 매년 2천 건 정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23일 오전 7시30분 제주도 마라도 주민 50대 A 씨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중 이웃집 대형견이 갑자기 달려들어 자신의 개가 물리는 피해를 입었다. A 씨는 이를 말리려다 왼쪽 팔꿈치와 손목 등을 물려 상처를 입었다.

또 같은 달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주택가에서 맹견 로트와일러가 주인과 산책하던 반려견(스피츠)을 물어 죽였다. 이 로트와일러는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로 달려들었고 스피츠는 장에서 물려 죽었다. 이를 말리던 스피츠의 견주도 상처를 입었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맹견이 달려들어 큰 사고로 이어질뻔했다는 아찔한 사고 내용이 담긴 글도 올라왔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애견 동호회에는 "반려견과 산책 중 도사로 보이는 맹견이 갑자기 달려들어 엄청 놀랐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B 씨에 따르면 "다행히 입마개와 목줄을 하고 있었고, 견주가 재빨리 통제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 씨는 이어 "산책을 하다 보면 맹견을 간혹 본다"면서 "요즘은 대부분 입마개, 목줄을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채 산책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적지 않아 불안할 때가 자주 있다"고 토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매일 개물림 사고로 응급실 찾는 환자 2~3명…견주, 맹견 관리 부주의 비판 여론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물림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수가 약 7000명이다. 매일 개물림 사고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2~3명에 이른다.

시민들은 맹견 개물림 사고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맹견은 그냥 봐도 좀 무섭지 않나, 입마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규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그냥 개에 물려도 정말 아프고 치명적인데, 맹견은 오죽하나"라면서 "이번 법 개정으로 개물림 사고가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반려견에 물렸다고 신고가 접수된 건수는 총 6012건이다. 2016년 1019건에서 2017년 1408건으로 전년 대비 약 38.2% 증가했다. 피해자 5명 중 1명은 어린이들이었으며 머리, 얼굴 부위를 가장 많이 물렸다.

상황이 이렇지만 일부 견주들의 안일한 대처가 개물림 사고를 만들어낸다는 지적도 있다. 맹견 관리에 관한 동물보호법 13조에 따르면 견주는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이 돌발행동이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또 맹견 견주는 매년 3시간 온라인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정부의 맹견 책임보험 제도 도입에 앞서 견주들이 이 같은 법을 지켰다면 앞서 발생한 개물림 사고는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맹견 견주가 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개물림 사고가 잦은 견종들을 선별해, 입마개, 교육, 안락사까지 명령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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