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회추위 본격 가동..힘 실리는 '김정태 재연임론'
김 회장 연임 가능성 목소리도
회추위 지난해보다 늦게 가동…차질은 없을 전망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이달 중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김정태 현 회장의 재신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차기 유력 후보군들이 모두 법률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또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지주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도 긍정적 시그널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이번주 본격적인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하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회추위는 김 회장을 제외한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윤성복 위원장을 비롯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 차은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백태승 한국인터넷법학회장, 허윤 서강대학교 교수 등 8인이다.
이번 회추위 활동은 지난 사례에 비하면 다소 늦은 것이다. 2018년의 경우 2017년 12월22일 첫 회의를 시작해 이듬해 1월22일 최종 후보를 결정했다. 하지만 3월 중순 이후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까지 최종 후보자 는 차질없이 선임될 것이란 게 하나금융 측 설명이다. 실제로 2015년의 경우 2월6일 회추위 첫 회의를 열고 같은달 23일 후보를 확정한 바 있다.
회추위가 가동되면 먼저 후보자군(롱 리스트)이 선정된다. 통상 하나금융 회추위는 롱 리스트 규모를 20명 안팎으로 발표해 왔다. 이후 몇 차례 인터류를 거친 후 최종 후보군(숏 리스크)를 발표한다. 김 회장이 선임된 2018년의 경우 롱 리스트 확정 후 숏 리스트 발표까지는 11일, 최종 확정은 6일 걸렸다.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는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었다. 함 부회장은 통합 KEB하나은행 은행장 출신으로 재임기간 동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이끌어 낸 점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재판 리스크가 변수다.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의혹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과 관련해 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
역시 하마평에 올랐던 이진국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와 지성규 하나은행장도 각각 주식 선행매매혐의 조사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 제재심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후보군 법률 리스크 해소·코로나19 극복"…탄력 받는 연임론
이 때문에 유력 후보군들이 법률적 리스크를 어느정도 해소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앞으로 1년 동안 김 회장이 재신임을 받아 회장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모범규준’을 보면 연임은 횟수 제한이 없고, ‘만 70세까지’라는 나이 제한만 있다. 김 회장은 올해 만 69세로 1년 더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김 회장은 그간 꾸준히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또 1년만 연임 할 수 있어 짧은 임기가 약점으로 꼽혀 왔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도리어 ‘1년 임기’가 강점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 실적이 좋은 점도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비은행 부문 약진과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전년(2019년)대비 10.3% 늘어난 2조637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며, 2017년 이후 4년 연속 2조원대 순이익을 달성이다.
남은 변수는 장기 경영체제에 대한 금융당국과 여론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앞서 김 회장은 2018년 3연임 당시 금융감독원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일정을 그대로 진행해 김 회장을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경우 연임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임기가 1년 연장으로 종료 된다"며 "금융당국이 장기 경영체제에 우려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경우 임기가 길지 않기 때문에 크게 반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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