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올가미 벗어난 트럼프, 재기할 수 있을까
트럼프, 정치적 재기 여부 놓고 긍정·부정 전망 교차
공화당 지지층 82%, 트럼프 지지…당 장악력 굳건
‘친 트럼프’ 의원에 정치자금 중단…검찰 수사도 변수
트럼프 “몇 달 안에 많은 것 나눌 것”…곧 재등장 약속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 두 번째 탄핵 올가미에서 벗어났다.
이제 관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여부에 집중된다. 벌써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놓고 성급한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분석이 엇갈린다.
AP통신은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지지자들이 변함없이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닌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향후 검찰 수사와 온건한 공화당 지지 기업인들의 정치자금 지원 중단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앞에 높인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핵안 부결 이후 성명을 내고 “앞으로 몇 달 안에 나는 여러분들과 많은 것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곧 재등장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국 상원은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탄핵심판 표결을 13일(현지시간) 실시해 탄핵안을 부결시켰다.
탄핵에 찬성한다는 의미의 유죄가 57표, 반대하는 내용의 무죄가 43표가 각각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에서 7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탄핵을 위한 유죄 선고에는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2가 넘는 6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10표가 부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에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 위기에서 두 번이나 벗어난 최초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공화당은 트럼프 문제를 놓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매몰차게 내칠 수도 없고, 무턱대고 껴안을 수도 없는 공화당의 상황을 ‘정치적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탄핵 부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기뻐하는 분위기다.
반면, 탄핵 부결은 공화당 내의 트럼프 반대자들에게 공화당이 다시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면서 휘청거릴 수 있다는 또 다른 경고음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반(反) 트럼프’ 계층인 온건 지지층·여성·고학력자들에게 다가갈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탄핵 부결 직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내놓은 어정쩡한 입장은 공화당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날의 사건(의사당 난입 사태)을 부추긴 실질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이 있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헌법적 기반이 없다”고 말했다. ‘양비론’을 펼친 매코널 원내대표는 표결에선 반대표를 던졌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은 물샐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기반은 여전히 똘똘 뭉쳐 있는 지지자들이다.
AP통신은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지난달 조사에서 스스로를 공화당 지지자들이라고 표현한 계층의 82%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면서 “몬머스대학의 여론조사에서도 72%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광범위한 부정선거 때문이었다’는 트럼프의 거짓 주장을 계속적으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탄핵 표결 결과도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을 보여주는 증거다. 미국 하원에선 공화당 의원들이 211명인데,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하원의원들은 10명에 불과했다. 공화당이 50명을 차지하는 상원에서도 반란표를 던진 의원들은 7명이었다.
상·하원을 합친 공화당 의원들은 모두 261명인데,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은 17명으로, 전체의 6.5%에 그친 것이다.
‘반(反) 트럼프’ 조직이 흔들리는 것도 트럼프에겐 예상치 못했던 호재다. 공화당 내의 ‘반 트럼프’ 조직으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펼쳤으며, 자금도 가장 많이 걷었던 ‘링컨 프로젝트’는 공동 설립자의 성추문 의혹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로, 다른 ‘반 트럼프’ 조직을 이끌었던 새라 롱웰은 “나는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트럼프는 탄핵 부결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우리의 역사적이고 애국적이며 아름다운 운동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나는 여러분들과 많은 것을 나눌 것이며, 미국의 위대함을 성취하겠다는 믿을 수 없는 여정을 계속 함께 하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재기하는 데 있어 지뢰도 적지 않다. 우선 정치자금 문제다. AP통신은 “이미 많은 친(親) 공화당 성향의 기업들이 트럼프에 협력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면서 “이는 공화당이 2022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탈환하겠다는 희망에 있어 자금줄이 끊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수사도 변수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트럼프의 맨해튼 부동산 관련 일련의 금융거래를 조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대출 서류나 세금 신고, 보험 서류에 거짓 정보를 적었을 경우 뉴욕 법에 따라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은 트럼프가 조지아주에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주정부 관계자들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가 조지아주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지아주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었다.
민주당이 수정헌법을 활용해 트럼프의 선거 출마를 막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한 경우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 3항에 근거해 트럼프의 향후 공직 출마의 길을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들이 트럼프와의 결별을 주장하는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친(親) 트럼프’ 인사로 꼽혀왔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트럼프는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을 걸어갔다”면서 “우리는 그를 따라가지 말았어야 했고, 그의 말을 듣지 않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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