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산업부 고위공무원에 "계수 조작하라, 한수원 압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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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전 장관, 한수원에 '허위 적자 보고서' 작성 지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계수(변수)를 조작하도록 지시·압박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백 전 장관은 같은 해 4월 초 산업부 공무원들을 통해 한수원이 "월성 원전은 가동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거짓 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고 위력에 의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채 전 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이 같은 해 4월 2일을 전후로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계수를 조작하라""한수원을 압박하라"는 등의 부당한 지시를 한 것도 파악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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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산업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계수 조작 지시"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산업부 공무원들을 통해 한수원 스스로 "월성 원전은 가동, 운영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내용의 거짓 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작성하게 한 한수원의 허위 보고서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기존 '수명 연장' 결정을 2019년 말 '영구 정지'로 입장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안위는 앞서 월성 원전의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지 3년 뒤인 2015년 안전점검을 마치고 '2022년까지 10년 연장해 재가동'하기로 결정한 바 있었다.
산업부는 2018년 3월 당시 월성 원전을 적어도 2020년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한다. 청와대로부터 한수원이 즉시 가동을 중단하도록 하라는 압박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2018년 4월 27일로 예정된 1차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채 전 비서관은 4월 2일께 박모 당시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에게,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 2명은 같은 날 산업부 문모 국장, 김모 서기관, 정모 과장 등에게 각각 "당장 월성 원전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계수를 조작하라. 한수원을 압박하라"는 등의 부당한 지시를 하고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산업부 직원들은 이를 백 전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이튿날인 4월 3일 백 전 장관은 정 과장이 "월성 원전의 즉시 가동중단은 한수원 이사진의 법적 책임 문제가 있으니 원안위의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기간인 2020년까지 한시 가동한다"는 방안을 보고하자 "너 죽을래? 즉시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백 전 장관이 정 과장을 크게 질책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보좌관에게 “월성 원전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질문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결국 청와대와 백 전 장관의 즉시 가동중단 지시를 전달받은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 핵심 계수들을 조작했고 같은 해 6월 15일 이사회에서 허위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월성 1호기 가동을 곧바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이듬해 2월 원안위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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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적자 보고서→원안위 속여 월성 영구중단 승인"
원전에 관한 최종 결정은 정부나 한수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외부 전문위원들이 포함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사항이다. 원전은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원안위 승인을 거쳐 가동을 개시할 수 있고, 중단도 마찬가지다. 정부로선 이들 원안위원을 설득할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백 전 장관이 손익분기점을 높이고 통상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수치를 조작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도 원안위 전문가들을 속이려는 목적이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는 한수원이 외부 용역을 맡긴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가 뒤집힌 것과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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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전 장관 "계수 수정, 지시하거나 개입한 바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S회계법인은 2018년 5월 3일 최초 평가 때는 월성 원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을 2772억원 흑자로 평가했다. 하지만 산업부, 한수원 관계자들과 수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같은 해 6월 11일 최종 평가 보고서에선 경제성을 '-91억원' 적자로 결론내렸다. 산업부의 압력에 의해 경제성 평가의 핵심 계수인 이용률(85%→60%)과 판매단가(1kWh당 평균 63.11원→51.52원)를 대폭 낮춘 탓에 '흑자' 원전이 '적자' 원전으로 뒤바뀐 것이다.
하지만 백 전 장관은 지난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월성 원전 경제성 계수를 수정하라고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그 과정을 일일이 보고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며 일부는 해외 출장 중인 시점이라 알리바이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채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한 중앙일보의 입장 요청에도 전화기를 꺼둔 채 응답하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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