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LG와 조기 합의할까?.. 바이든 '거부권' 여부도 관심

권민지 2021. 2. 1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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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승리 '배터리 전쟁' 남은 변수


햇수로 3년에 접어든 ‘배터리 소송’이 LG 측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LG와 SK의 합의 여부와 전기차 산업 등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그룹의 ‘조기 합의 결단’과 함께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도 주목거리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에서 지난해 2월 내렸던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아울러 SK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등 완제품과 관련 부품·소재 등에 대해 10년간 미국 내 수입·생산 금지 명령을 내렸다.

다만 포드의 F150에 탑재되는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 MEB에 탑재되는 배터리·부품 소재는 2년간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SK이노베이션을 대체할 배터리 공급사를 찾는 기간을 부여한 셈이다.

최종판결을 두고 양사의 해석은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라며 “30여년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당당하게 보호받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후의 절차를 통해 이번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판결로 조지아주 공장 가동이 중단될 상황에 놓이는 등 SK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자해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 중이다. 1공장에서는 폭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를, 2공장에서는 포드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도 10년간 미국 내에서 생산, 유통, 판매를 할 수 없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양사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배터리) 공급업체인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의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며 합의를 종용했다.

ITC 최종 결정 이후 남은 절차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미국 대통령은 60일간 ITC 최종판결이 자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60일의 심의 기간이 양사의 마지막 조기 합의 기간이다. 심의 기간 중에 합의가 이뤄지면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힘쓰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에서는 최대 6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지난 12일 “ITC 결정 때문에 조지아주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ITC가 포드, 폭스바겐 등에 유예 기간을 주며 자국 완성차 산업을 고려한 판단을 내린 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와서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선례도 없다.

따라서 SK가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LG와 조기 합의해 수입금지 규제를 푸는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가 중재에 나서는 등 수차례 협상 자리가 마련됐지만 합의금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양사는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합의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종 결론이 나온 이번 영업비밀 침해 소송 외에도 양사는 ITC에서 진행 중인 특허 침해 소송과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민사 소송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제3의 국가에서 영업비밀 침해 관련 추가 소송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지난 11일 콘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및 사용에 따른 피해가 미국 지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럽, 한국 등 다른 지역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SK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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