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서 떠오르는 '서울시 연합정부'..제안 이어지는 이유는

야권 유력 주자 모두 '연합정부 구성'에 긍정적 의사
중도 지지층과 보수 지지층 '화학적 결합' 위한 전략
야권 재편 과정 염두 해석도.."합당 전제 얘기로 본다"
민주당 "나눠 먹기" VS 국민의당 "민주당의 정치는 '독식'인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야권 후보들이 일제히 '서울시 연합정부' 구성 방안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하며 논의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데일리안 DB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야권 후보들이 일제히 '서울시 연합정부' 구성 방안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하며 논의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이러한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는 데는 각 후보가 개개인의 확장성을 담보해 향후 야권 단일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인 동시에, 보궐선거 이후 예상되는 야권 재편 과정까지 고려한 것이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4일 취재진과 만나 나경원·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서울시 공동운영'에 대한 필요성과 실천 의지를 드러낸 것을 두고 "저는 초기부터 범야권 인재를 널리 등용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단일화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나경원 후보는 전날 "안 대표 뿐 아니라 금태섭 전 의원, 더 넓게는 시대전환의 조정훈 대표까지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성공적인 단일화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서울시 공동 운영은 당연히 실천해야 할 기본 과제"라고 말했다. 자신이 구상을 밝혔던 '자유주의 상식 연합'이 모두를 아우르는 정치혁신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 후보는 이날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서도 "단순한 의미의 반문연대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비전과 해법, 대안을 국민들께 드려야 할 것"이라며 "합리적 보수에서 중도층은 물론 합리적 진보에 이르기까지 정치, 사회, 문화, 학계를 가리지 않고 하나가 되는 큰 그릇으로 '자유주의 상식 연합'을 제안했고, 금 전 의원도 흔쾌히 공감해 주셨다"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 또한 전날 자신이 '중도우파' 노선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서울시를 함께 힘을 모아 공동 운영하는 형태의 단일화가 된다면 유권자들 입장에서 기대해볼 만할 것"이라고 힘을 실은 바 있다.

우선적으로 최종 후보 선출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들 모두 연합정부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야권 단일 후보 선출 국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아울러 단일 후보 선출 후 이뤄내야 할 필수과제인 중도 지지층과 기존 보수정당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에서 '연합정부 구성'이라는 촉매제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이 '연합정부 구성' 카드를 일제히 꺼내든 배경에는 단일 후보 선출 이후 서로의 핵심 지지층을 오롯이 가져와야 하는 현실적 조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아가 보궐선거 이후 벌어질 야권의 대대적인 재편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 국민의힘·국민의당·제3지대 반(反)문세력 까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진 현재의 야권 세력도가 하나로 합쳐지는 '야권 대통합'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러한 수순의 일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합당을 전제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연합정부라는 게 막상 다른 당끼리 구성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선거 이후 양당이 합당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 소장은 "국민의힘과 안 대표 모두 대선을 바라보고 가야 하는데, 예를 들어 안 대표의 경우 어차피 중도만 가지고 대선을 갈 수 없지 않겠는가"라며 "정치적인 계산이 서로에게 잘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범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날을 세웠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년 남짓한 서울시장 임기를 수개월씩 돌아가면서 하겠다는 뜻인지, 서울 동작을 시장 나경원·서울 광진을 시장 오세훈·서울 노원병 시장 안철수로 시정을 나눠서 하겠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서울시가 무슨 야권 후보들의 생일 케이크도 아니고 선거 전부터 누가 돼도 함께 나눠 먹자고 약속하는 모습이 시민들 보기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시정을 '나눠 먹는다'는 저급한 표현을 동원한 것을 보면, 그동안 정치를 헌신하고 희생하는 자세가 아닌 배불리 혼자 독식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 안타깝다"며 "서울시정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면 상대가 누구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해야 함이 정치인의 기본자세"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과거 시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야와 재야를 무론하고 유능한 한 명의 선장 지휘 아래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항해사와 조타수, 그리고 뛰어난 선원들을 등용하여 야권의 단일화를 시작으로 '국민 대통합'을 이룰 것"이라며 "성추행의 온상으로 비춰져 고꾸라져 있는 배를 대양으로 띄워 세계의 중심으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