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형님은?" "월세 팍 오르면?" 쪽방촌이 떨고 있다

강보현 2021. 2. 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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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10여년간 살고 있는 김모(61)씨는 쪽방촌 개발 소식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쪽방촌 여인숙에서 일하는 안모(58·여)씨도 "우리 여인숙에도 절반 가까이가 거주지 등록을 해놓지 않고 사는데 이들은 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쪽방촌에 건물을 소유한 A씨(70)는 "개발 얘기는 수십년간 나왔던 터라 언제든 좌초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합당한 보상을 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고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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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개인사 이유로 등록 미뤄
市 "구제 여부 딱 잘라 확답 못 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 외벽에 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공공임대에는 찬성하지만 개개인의 사유재산 강제 수용에는 반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10여년간 살고 있는 김모(61)씨는 쪽방촌 개발 소식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쾌적한 환경으로 바꿔준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그 환경을 본인이 누릴 수 있을지에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해서다. 김씨는 14일 “재개발 뒤 갑자기 월세를 올리거나 주민들을 내쫓으면 어떡하냐”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김씨는 “쪽방은 법률로 정의된 주거형태가 아니어서 그 수가 과소추정돼 있다”며 “‘쪽방 주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토교통부·서울시·용산구는 지난 5일 쪽방 주민들이 기존보다 2~3배 넓은 공간을 현재의 15% 수준의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한다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모두가 주거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답이나 퇴거 시 보상금 제공, 다른 주거공간 마련 등 대안이 보이지 않아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거권 보장을 받지 못할 1순위로 거론되는 이들은 거주지 등록을 하지 않은 채 계속 쪽방에 머무는 ‘실질적 쪽방 거주자’다. 이들은 보통 근처에서 일용직을 하기 위해 머물다 정착했거나 개인적인 가정사로 거주지 등록을 못 한 경우다.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쪽방 주민 나모(53)씨는 “같이 사는 형님은 거주지 등록이 안 돼 있어 재개발이 시작되면 꼼짝없이 퇴소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관계기관이 쪽방 주민의 기준을 ‘쪽방 상담소에 등록된 사람’으로 설정한 것과 달리 동자동에는 다양한 주거형태를 띤 사람들이 모여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거주자의 20%는 보증금을 내는 사람들이며 80%는 20만~25만원 정도 월세를 내고 산다. 아예 거주지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살거나 거주지 등록만 해놓고 공실로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쪽방촌 여인숙에서 일하는 안모(58·여)씨도 “우리 여인숙에도 절반 가까이가 거주지 등록을 해놓지 않고 사는데 이들은 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씨가 운영하는 곳에 사는 17명의 투숙자 중 8명은 주거등록이 돼 있지 않다고 한다. 다른 곳에도 비슷한 상황의 이름 없는 쪽방 주민이 적지 않다.

국토부, 지자체 어디에서도 정작 보호 대상으로 지목된 주민들에게 설명을 해주지 않아 불안감은 더 가중되고 있다. 쪽방 주민 김씨는 “짧게는 10년부터 30년까지 이곳에서 보낸 사람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힘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공공단체가 주도하는 개발에 씁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지주, 건물주와의 마찰이 계속돼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쪽방촌에 건물을 소유한 A씨(70)는 “개발 얘기는 수십년간 나왔던 터라 언제든 좌초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합당한 보상을 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고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초에 모든 주민의 주거를 100% 보장하기 위해 공공주택사업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쪽방촌의 주거형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다양한 이들을 포함할지) 딱 잘라 확답할 수 없다”며 “우선 상담소에 등록된 주민을 중심으로 추후 주거 형태 파악을 면밀하게 해 재정착을 돕겠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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