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의 쿠팡 무한도전..미 증시 상장 '55조원 대박'?
하버드대 정치학 전공, 11년전 창업
적자에도 매년 60~80% 로켓성장
작년 매출 13조원, 고객 1485만명
“쿠팡의 목표는 2025년까지 한국에 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겁니다.” 김범석(43) 쿠팡 이사회 의장의 말이다. 쿠팡은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김 의장은 SEC 신고서에서 새로운 일자리 5만 개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쿠팡 직원은 4만 명, 간접 고용 인력까지 합치면 5만 명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 등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쿠팡이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에서 500억 달러(약 55조원) 안팎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쿠팡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강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을 갖는다. SEC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김 의장이 보유한 주식(클래스B)에 대해 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쿠팡을 상장한 뒤 김 의장이 지분율 2%만 보유해도 주주총회에서는 지분율 58% 수준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쿠팡LLC(유한책임회사)는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의 누적 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1억18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국내 증시의 상장 요건을 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차등의결권도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뉴욕 증시는 전 세계 투자금의 70%가 몰리는 시장”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면 한국보다는 미국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사업 초기부터 해외 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2012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바이두·유쿠·알리바바가 사실 미국 투자금의 힘을 빌려 큰 회사들”이라며 “이런 돈을 한국으로 끌어들여 세계에 설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회사들을 키우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었다.
김 의장은 대기업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주로 해외에서 보냈다. 중학생이던 1994년 미국에 정착한 뒤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에서 공부하던 시절 ‘커런트’라는 잡지를 창간한 뒤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자본금 30억원으로 쿠팡을 설립했다.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온라인 공동구매 방식의 ‘그루폰’을 보고 자영업자 비중이 큰 한국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하면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김 의장은 2013년 포워드벤처스라는 회사를 세웠고 나중에 쿠팡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8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매출은 빠르게 증가했다. 2014년에는 로켓배송을 선보였고 2015년에는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은 120억 달러(약 13조원)에 이른다. 2019년(7조1500억원)보다 80% 이상 늘었다. 2018년 1조1300억원이었던 영업 적자는 지난해 5억 달러(약 5500억원)로 줄였다.
최근 3개월간 쿠팡에서 한 가지 이상 제품을 산 고객은 1485만 명(지난해 말 기준)이다. 2년 새 60% 넘게 늘었다. 백화점 1위인 롯데백화점 고객 수(지난해 837만 명)보다 많았다. 한 번 쿠팡을 이용한 고객은 계속 구매 금액을 늘려간다고 쿠팡은 설명한다. 2016년 쿠팡에서 100만원을 썼던 고객은 지난해 359만원을 썼다고 한다. 로켓배송을 통한 ‘록인’(소비자 묶어두기) 전략이 먹혔다는 설명이다.
“가진 건 꿈·자신감, 손정의 말 품고 창업” … 손정의는 30억 달러 투자도
김 의장은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로켓배송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서비스로 적자와 흑자를 떠나 쿠팡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2016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쿠팡은 정보기술(IT) 회사”라고 했다. 현재 쿠팡의 IT 개발자는 2000여 명이다. 중국 상하이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2015년 10억 달러를 쿠팡에 투자했다. 당시 김 의장은 “당장 적자가 나더라도 소프트뱅크의 투자금 등 ‘실탄’이 있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가진 것은 꿈과 근거 없는 자신감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는 손 회장의 말을 김 의장은 가슴에 품고 세계적인 기업가를 꿈꿨다고 한다. 김 의장은 2016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 투자는) 경영에 대한 간섭이나 어떻게 써야 한다는 조건이 전혀 없다”고 소개했다. 손 회장은 2018년 추가로 20억 달러를 쿠팡에 투자하며 김 의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다.
김 의장은 지난해 급여로 88만 달러(약 10억원)를 받았다.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포함하면 지난해 1434만 달러(약 160억원)를 챙겼다.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은 오는 4월께 이뤄질 전망이다. 쿠팡은 1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SEC 신고서에서 “지난해 대부분의 기업이 고용을 축소한 것과 달리 우리는 약 1조원을 투자해 7개의 새로운 광역 물류센터를 짓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외에도 새로운 인프라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수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추인영·권유진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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