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 떨어진다? 그건 오해다"

류승연 2021. 2. 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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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상경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의 공매도를 위한 변론

[류승연, 유성호 기자]

 전상경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공매도 투자자의 일평균 수익이 개인 신용거래 투자 수익보다 39배 많았다.'

최근 주식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는 문구다. 출처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라는 제목의 논문. 한양대 임은아 재무금융 박사와 전상경 경영대 교수의 공동 연구 결과물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6년 6월 30일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 3년여 주식거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른바 '세력들'이 주로 참여하는 공매도 거래 수익이 개인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수익보다 39배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더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이 논문을 근거로 투자자들은 개미들이 구조적으로 공매도 세력을 넘어설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세에 '베팅'해 대규모 매도 물량을 풀면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주가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공매도를 한 헤지펀드와 이에 맞서 주가를 지키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매수 전쟁을 벌인 게임스톱 사태가 벌어지면서 공매도의 폐해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높아지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은 지난 3일 공매도 재개 시점을 5월 3일로 또 한 번 연기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폐지를 외치고 있지만 그 근거로 인용되는 논문을 쓴 전상경 교수는 정작 공매도 자체는 '죄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 교수는 지난 4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논문을 통해 공매도 자체 물량만으로 주식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논문에서 밝혔다"라며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트린다는 건) 개인 투자자들의 추측"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주가가 떨어진 건 공매도 투자자들의 물량 때문이 아니라 헤지펀드들의 매도에 덩달아 주식을 파는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주식 가격에 거품이 끼는 것을 막아주는 '적정 가격 발견'을 꼽았다. 그는 "공매도를 하는 헤지펀드들이 각 기업의 펀더멘탈을 분석해 기업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게 한다"라며 공매도 폐지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전 교수는 다만 "기업 가치와는 상관 없이 기계적으로 고빈도 주식 매매를 하는 테크니컬 헤지펀드도 늘어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공매도 폐해를 검증해 보고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공매도 물량만으로는 주가 하락하지 않는다"
 
 전상경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 유성호
 
-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2일까지 재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평가하나?
"쉽지 않았겠지만 대체로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물론 1년여에 걸쳐 공매도를 금지했다는 점에서 부담은 있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어 지금은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쌓고 재시행하는 게 낫다."

- 미 주식 시장에서 벌어진 개미와 헤지펀드 간 전쟁의 불씨는 한국으로도 튀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왜 공매도 세력에 화가 났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 포지션이다. 당연히 주식을 파는 사람이 미울 수밖에 없다. 매도 물량이 많을수록 주가가 떨어지니 말이다. 게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파는 건 이해를 하지만 공매도 세력들은 보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 팔고 있다. 공매도 세력을 '심정적으로'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두번째는 국내 주가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2008년부터 우리 종합주가지수는 2000포인트를 넘기가 힘들었다. 개인들은 '왜 못넘길까'를 생각하다 2000포인트에 가까워지면 시장에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한국 증시가 계속 상승세를 타지 못한 이유로 공매도 세력을 지목했다."

-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하락시킨다'는 건 개인 투자자들의 오해라는 말로 들린다.
"맞다. 그건 개인 투자자들의 추측이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이유는 산업구조 때문일 수도 있다. 국내 산업구조는 경기에 민감한 산업들을 중심으로 짜여 있어 경기가 좋을 땐 (주가가) 올라갔다가 나쁠 땐 떨어져서 박스권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10년 넘게 2000포인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 세력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개미들의 불만이 커졌다."

- 공매도 수익이 더 높다는 건 지난해 12월 발표한 논문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이 논문을 근거로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논문에서 공매도 자체 물량만으로 가격이 하락하진 않는다는 사실도 밝혔다. 하루 주식 거래 대금에서 공매도 거래 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다. 반면 신용 거래 대금은 9%다. 물량으로 주가가 오르내린다면 신용거래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더 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영향력은 그 반대였다. 공매도가 이뤄진 뒤 주가는 하락했지만, 신용거래가 있고 난 뒤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 공매도 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사실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
"다른 사람들이 (공매도 세력을) 따라했기 때문이다. 개미가 됐든 기관 투자자가 됐든 말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이 기업에 대한 악재를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미리 알고 있다'고 짐작을 한다. 혹은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투자를 잘 하니까 따라해야 이익을 볼 거라는 추종 심리가 있다. 이 같은 추종이 뒤따랐기 때문에 공매도 거래 비중은 작았는데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컸다."

"게임스톱 사태, 불법 있었다? 증거 부족"  

- 게임스톱 사태로 돌아가보자. 헤지펀드가 한꺼번에 많은 양의 주식을 공매도를 한 데 문제가 없다고 보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대량 매도 주문을 거는 이들과 대량 매수를 하는 이들과의 차이는 없다. 이익을 보기 위해서다. 문제는 공매도 자체가 아니라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 했는지 여부에 있다." 

- 헤지펀드들은 게입스톱 주식의 140%를 공매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언론에 보도된 140%라는 숫자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공매도 수량을 분자에, 상장주식 수를 분모에 넣어 공매도 비율을 계산한다. 그런데 140%는 분모에 상장주식 수가 아니라 유동주식 수를 넣었다. 유동주식 수는 상장주식 수에서 대주주 등 회사쪽이 들고 있는 주식을 뺀 값이다. 시장에 풀리지 않는 주식 수까지 고려하면 공매도 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을 고려해도 공매도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무차입 공매도 의혹이 나오지만 불법이었다고 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

-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반발은 국내에서도 거세다. 개인 투자자들은 우리 주식 시장에도 무차입 공매도가 횡행하고 있다고 본다.
"무차입 공매도에도 일부 오해가 있다. (공매도를) 할 때 헤지펀드들은 차입 공매도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먼저 매도한다. 미리 주식 대여 거래를 맺는 만큼 상대가 주식을 빌려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약속이 깨지면 무차입 공매도가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불가피한 사유로 무차입공매도가 될 경우 적정 기간, 주로 10일 이내 주식을 빌려오면 차입 공매도로 인정해준다."

- 게임스톱 사태 당시 증권앱 로빈후드가 몇 개 종목의 매수를 막아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거래 제도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주식 시장에서는 하루 중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장이 마감된 뒤 거래를 정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3일 결제 시스템(주식 매도·매수 한 날을 포함해 3 영업일 뒤 최종 정산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다. 만약 주식 가격 변동이 매우 크다면 증권사가 3일 후 일시적으로 지급 불능에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에 적정 현금을 보유하도록 한다. 이를 자본 요구액이라고 한다. 증권사가 충족해야 할 자본 요구액은 가격 변동이 심해질수록 높아진다. 자본 요구액이 오른 상황에서, 증권사가 보유한 현금이 자본 요구액 대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증권사로선 신규로 현금을 조달하거나 일시적으로 매수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왜 하필 매수 버튼만 사라진 건가?
"자본 요구액은 신규 매수액이 증가할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일 매수액에서 매도를 빼고 남은 순 매수액이 높아지면 금융당국은 자본 요구액을 높게 설정한다."

"우리만 공매도 폐지하면 피해 클 것"
 
 전상경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 유성호
 
- 국내 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에서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주식을 빌릴 경우 60일 이내에 갚아야 하는데 기관은 6개월의 상환 기간과 함께 이를 연장할 수 있다. 증거금 비율도 개인 140% 기관은 105%로 다르다. 차별 아닌가?
"다소 불편한 진실이지만, 금융의 본질이 차별이다. 금융이 각 거래주체를 차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거래주체의 신용도를 차별적으로 대한다는 말이다. 대체로 기관의 신용도는 높게, 개인은 낮게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면 개인에게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거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공매도 기회가 기관·외국인 대비 적어지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공매도 거래의 99%가 기관·외국인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다."

- 공매도 제도는 초창기 주식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지금은 선물·옵션이 있으니 불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의한다. 하지만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연결돼 있어 우리만 공매도를 폐지한다면 피해가 더 클 것이다. 투자자들이 '한국은 누구나 하는 공매도를 못 하게 하는 괴상한 나라'라고 판단하면 시장에 안 들어올 게 아닌가. 물론 공매도 제도에는 부작용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매도의 폐해를 같이 검증해보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 공매도가 필요한 이유는 뭔가?
"공매도의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공매도에는 가격 발견 기능이 있다. 헤지펀드들이 각 기업의 펀더멘탈(Fundamental, 기업의 본질 가치)을 분석해 공매도로 해당 기업 주가가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런 헤지펀드들을 펀더멘탈 롱숏 에쿼티 헤지펀드(Fundamental Long·Shot Equity Hedgefund)라고 한다. 그런데 또다른 형태의 헤지펀드들도 있다"

- 어떤 형태인가?
"테크니컬 롱숏 헤지펀드(Technical Long·Shot Hedgefund)다. 이들은 기업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기술적 분석과 추세에만 의존해 기계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사고 떨어지면 판다. 그런 헤지펀드들은 추종 매매만 유도한다."

- 그렇다면 공매도 금지 조치가 풀리는 5월까지 공매도 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
"공매도 제도 자체는 고칠 게 많지 않다고 본다. 그보단 공매도의 수익성이 높은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정보 획득 과정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고 불안해 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추종 매도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서 갑자기 악재가 나와 뒤통수를 맞지 않을까 걱정한다. 결국 투자자의 막연한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 어떻게 해야 하나. 
"유상 증자(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행위)를 예로 들어보자. 국내 투자자들은 유독 유상증자를 너무 싫어한다. 시장 가격이 바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유상증자를 발표하고도 어떤 가격에 증자를 할지 정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가격 조정 불안에 시달린다.

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전환사채(CB)와 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예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종류의 거래로 낮은 가격에 발행된 신주들이 한차례 매도 물량으로 나오면, 기존 주주들 입장에선 앞으로 또 얼마 만큼의 추가 매물이 나올지 궁금하지 않겠나. 하지만 단기 수급 정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공시 밑에 붙여주면 될 일인데 말이다. 개인 투자자가 기관·외국인 추종을 멈출 수 있도록 공개할 정보와 공개 안 할 정보를 잘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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