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들, 엔비디아 M&A 제동.. "ARM 품으면 '갑질' 우려"
「 “엔비디아의 암(ARM) 인수에 반대한다.” 」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이 엔비디아의 ARM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퀄컴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위원회, 영국 경쟁시장청(CMA), 중국 시장규제국 등 각국 규제 기관에 엔비디아와 ARM간 인수합병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ARM을 소유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해 9월이다. 매각 금액만 400억 달러(약 47조원)다. 최종적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려면 관련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기업 본사가 있거나, 해당 기업의 시장 매출액이 많은 나라가 해당한다. 이들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인수는 이뤄지지 않는다.
CNBC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TC와 CMA는 인수계약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우선 인수합병으로 영향을 받게 될 다른 기업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퀄컴이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
퀄컴·구글·MS "엔비디아 거래 깨지길 바란다"
중요한 건 반대 의견을 가진 게 퀄컴만이 아니란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각) 퀄컴 외에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FTC에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 중 적어도 한 곳은 이번 거래가 깨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
세계 각국에 반도체 설계도 공급해 준 ARM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까지 잇달아 반대 의사를 내놓은 데는 ARM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라서다. ARM은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설계 라이선스를 팔아 이익을 낸다. 삼성전자·애플·퀄컴·화웨이 등 세계 1000여 기업에 반도체 설계도를 팔고 사용료(로열티)를 받는다. 이들이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고, 아마존·MS 등이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ARM의 기본 설계도 덕분이다. ARM은 중립적 입장에서 국적과 업체를 막론하고 골고루 자신의 설계도를 공급했다.
이 ARM을 인수한 게 반도체 생산회사인 엔비디아다. 이 회사의 주력 생산품인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동시에 여러 계산이 가능한 ‘병렬식 연산’ 특징으로 서버 속도를 높이는 반도체로 주목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
경쟁자들 "엔비디아, 반도체 생태계 교란할 수 있다"
경쟁자들은 엔비디아가 ARM의 중립 공급 원칙을 깰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경쟁 업체에 ARM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ARM 설계 라이선스 관련 로열티를 올리거나, 특정 업체에는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ARM의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경쟁자들은 엔비디아가 '갑질'로 반도체 생태계를 교란해 공정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관계 당국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과연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규제기관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FTC와 CMA가 조사를 착수했지만, 업계 의견을 듣는 건 초기 단계일 뿐이다. 엔비디아 측은 지난해 9월 인수 사실 발표 당시 관계 당국의 승인에 약 18개월의 시간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로선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가 걱정스러울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인해 FTC 내 권력 지형은 사실상 민주당 주도로 바뀔 것”이라며 “(반독점 문제에 민감한) 민주당으로의 FTC 리더십이 변화함에 따라 엔비디아의 ARM 인수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미·중 무역 전쟁 등은 엔비디아에 악재
미·중 무역 전쟁 상황이 이어지는 것도 악재다. CNBC는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업체가 중국 정부에 엔비디아의 ARM 거래를 승인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ARM이 미국 기업 엔비디아에 넘어갈 경우 반도체 생산이 더 힘들어질 수 있는걸 우려해서다. ARM이 엔비디아에 인수돼 미국 기업이 될 경우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다양한 업계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적어도 1곳 이상의 규제 당국에서 이번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영·이다영 학폭 피해 또 나왔다…"결국 옆 산 통해 도망"
- '김종인을 당대표로' 페북 글 공유한 김종인 "잘못 눌렀다"
- "인생 날리는걸 보여줘야"…학폭 피해자들의 반격 시작됐다
- '딸 바보' 정용진 "내사랑 3호"…인스타에 7살 딸 깜짝 공개
- [단독] "밥먹자" 연락에 아빤 번호 바꿨다…학대 아동의 설
- 시원하게 '골 때린' 여자축구…설 예능 승자는 스포츠와 트로트
- 배구 학폭에 급소 수술…송명근 "내가 가해자 맞다" 인정 [전문]
- "이게 해산물? 중국이 만리방화벽 보냈다" 미얀마 뒤흔든 사진
- 가위로 파국 맞은 '마약우정'···참혹한 가방 시신 사건 전말
- 박웅현 대표 “아이패드 소개하듯 대동여지도의 혁신 풀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