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에 결국 무릎..테슬라 480만원 인하에 현대차 고민
테슬라가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모델3 롱레인지의 가격을 내렸다. 지난달 정부가 올해 6000만~9000만원 고가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절반만 지급하겠다고 하자, 6000만원 턱밑인 5999만원까지 내린 것이다. 테슬라의 기민한 가격 정책은 상반기 출시 예정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신형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롱레인지는 지난해 1만1003대가 팔려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한 차종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설 연휴 기간인 12일 모델3 롱레인지의 소비자가를 기존 6479만원에서 480만원 내린 5999만원으로 책정해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6000만원을 넘지 않는 모델3 스탠더드 플러스(5479만원)를 포함한 나머지 7개 트림 가격은 그대로 둔 채 롱레인지만 콕 집어 인하했다. 테슬라는 2019년 모델3 롱레인지를 국내 출시 후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한 적은 있지만, 내린 적은 처음이다. 출시 당시 가격은 6239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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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롱레인지, 더 싸고 오래 달린다
이날 테슬라는 2021년형 롱레인지의 달라진 제원도 공개했다. 주행가능거리는 기존 446㎞에서 496㎞로 50㎞ 늘었다. 전기차 보조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상온(23℃)·저온(-6.7℃) 주행 거리도 기존보다 대폭 늘었다.
저온 주행 거리가 길어져 롱레인지는 에너지효율 보조금 기준(저온/상온 주행거리 비율)도 달성해 연비·주행거리 보조금 외에 추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회 충전거리 400㎞ 이상 전기차의 경우 비율(저온/상온)이 75% 이상이면 에너지효율 보조금 50만원이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배터리 용량은 그대로지만, 2021년형 롱레인지는 히트 펌프(난방 장치)를 장착해 주행거리가 늘었다”며 “차체 중량이 1844㎏에서 1830㎏으로 줄어든 점도 주행 거리가 향상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향상된 스펙을 기준으로 추산한 롱레인지의 정부 보조금은 1100만원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125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환경부는 지난해 제원을 기준으로 롱레인지의 올해 국비 보조금은 341만원이라고 추산해 발표했다. 여기에 지자체(서울시 기준) 보조금을 합할 경우 총 513만원으로 추산됐다. 소비자 입장에선 지난해보다 300만원 이상 내려간 가격에 롱레인지를 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보조금을 적용한 실제 가격은 5229만원(서울시 기준)이었지만, 올핸 49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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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전기차 가격 내리기 어려울 것”
업계는 정부의 보조금 차등 지급 책이 효과를 봤다는 시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며 “앞으로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인데 테슬라는 정부 정책에 맞춰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테슬라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모델Y를 한국 시장에서 출시했다. 모델 S, X, 3에 이은 네 번째 차종이다. 엔트리 트림인 스탠더드 레인지의 가격은 모델3 롱레인지와 같은 5999만원으로 보조금 지급 뒤 실제 가격은 5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코리아가 지난해 베스트셀링 전기차와 전략 차종인 모델Y를 모두 5999만원에 내놓으면서 현대차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 현대 아이오닉5와 7월 예정인 기아 CW(프로젝트명)의 가격은 5000만 원대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가격을 크게 낮추는 바람에 세 차종의 격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이오닉5 중 73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갖춘 트림의 가격은 6000만원 안팎으로 예상돼 롱레인지와 격전이 예상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50만대를 판매한 테슬라는 양산 체제를 갖춰 가격 인하 여지가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 전기차 생산에서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테슬라가 먼저 가격을 낮춰 고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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