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中, WHO에 협조해야"..중국은 코로나 자료 거부
WSJ "中, WHO팀에 자료 제공 거부"
中 반격 "美, WHO 피해 입히고 비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발생 초기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19 조사의 초기 결과물들이 (WHO 조사팀에)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깊은 우려(deep concerns)를 갖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을 더 잘 이해하고 다음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발병 초기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같은 성명은 중국 당국이 WHO 조사팀에 초기 발병 사례의 미가공 데이터(raw data) 제공을 거부했다는 보도 다음날 나온 것이다. 다국적 연구진으로 구성된 WHO 조사팀은 지난달 코로나19 기원을 밝혀내기 위해 코로나19가 처음 확인된 우한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조사팀은 지난 9일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요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엔 중국 당국의 비협조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2019년 12월 우한에서 확인된 174건 감염 사례에 관한 세부 자료를 제공해달라는 WHO 전문가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 자료는 코로나가 중국에서 언제 어떻게 퍼지기 시작했는지 밝혀내는 데 필요한 자료라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과 과학자들은 이같은 자료 대신 해당 사례들에 대한 자체 분석 자료와 광범위한 요약본만 제공했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WHO 조사팀의 보고서에 대해 "독립적이어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개입하거나 이를 변경해선 안 된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이어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는 보건 비상사태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투명하고 강력한 절차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회원국들에 자료 제공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이번 조사도 중국 당국의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팀 일원인 덴마크의 테아 피셔 감염병학 박사는 WSJ에 "우한에서 이용할 수 있던 데이터에 모순이 발견된 것은 없었으나 미가공 데이터를 보지 않고선 심층 분석을 할 수 없다”면서 “이 때문에 때로는 (중국 측과) 감정이 격해지곤 했다”고 말했다.
WSJ은 “중국이 이러한 데이터 제공을 꺼린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의 투명성 부족에 대한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의 염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WHO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 편을 든다는 이유로 WHO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첫날부터 WHO 탈퇴 절차를 중단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번 성명에서 이와 관련해 "우리는 코로나19 전염병과 싸우는 전문가들을 깊이 존경한다.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의 WHO 탈퇴 결정을 거부하고 번복한 이유"라면서 "WHO의 신뢰성 유지가 가장 중요한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4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설리번 보좌관의 성명에 강하게 반박했다. 중국 대사관 측은 웹사이트에 공개한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은 최근 몇 년간 WHO를 포함한 다자 협력 기구에 피해를 입혔으면서 이런 일이 없던 것처럼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WHO를 지지해 온 중국과 다른 나라들을 손가락질 해선 안 된다"고 응수했다. 또 "중국은 미국의 WHO 재가입을 환영한다"면서도 "WHO는 보건 분야에 권위 있는 다자적 국제기구이지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유원지(funfair)가 아니다"고 비꼬기도 했다.
앞서 WHO 조사팀을 이끈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9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시작했다는 증거를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이번 조사의 계획과 실행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조사 결과와 근거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검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WHO 전문가들이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협조를 받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WHO 데이터와 자체 정보에 기반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WHO 조사팀의 우한 조사 결과를 요약한 보고서는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될 예정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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