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듯 손가락질..한달만에 경제부장 날린 '김정은의 분노'
김정은식 충격요법, 경제 계획 부실 본보기
"높은 목표는 허풍, 낮은 목표는 보신주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으로 경제적 난관에 봉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이 임명한 노동당 주요 간부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1일 당 경제부장에 오수용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 경제부장에 앉힌 김두일을 30일 만에 경질한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오른팔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김두일을 일으켜 세운 채 쳐다보는 장면이 담긴 노동당 전원회의 사진도 10일 공개했다. 사진으로만 보면 조용원 조직비서가 김두일 경제부장을 일어서게 한 뒤 책임 추궁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김두일은 사진이 공개된 이날 해임됐다.
북한 전문가들은 비상경영에 나선 ‘김정은식 충격요법’으로 해석했다. '한 달 경질'만 아니라 '한 달 만에 전원회의'도 극히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를 연 데 이어 한 달 만인 이달 8~11일 전원회의를 또 열었다. 김두일이 서 있는 모습이 나온 이 회의가 한 달 만에 또 열린 전원회의다. 김 위원장은 이 전원회의에서 “내각에서 작성한 올해 인민 경제계획이 그전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내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성(부서)에서 기안한 숫자를 기계적으로 종합하다 보니 어떤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높여 놓고 어떤 부문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는 폐단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즉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 수립한 경제 계획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경제부장을 경질했다는 얘기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며 “업무파악 및 실적을 보여줄 틈도 없이 경제부장을 교체한 일종의 ‘본보기식 문책’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목표를 높게 잡은 농업 부분을 ‘허풍’으로, 반대로 낮은 목표를 제시한 전력 분야 담당자들을 ‘보신주의’로 지적했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를 지방 및 공장ㆍ기업소 간부들이 온라인으로 방청하도록 했다. ‘실적’에 미달하거나 불성실하게 목표를 내놓으면 최고존엄으로부터 질타를 받는다는 기강잡기다.
단 김 위원장은 자신이 치적으로 삼고 있는 군사 분야에 대해선 관대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열린 첫 전원회의였지만 대남 및 대외 관계와 관련해 북한은 14일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선권 외무상을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시키고, 중국통으로 알려진 김성남 당 국제부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에 배치해 대외 분야의 진용을 정비했다는 점만 알렸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여정 당 부부장의 인사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대남 및 대외 관계를 총괄할 뿐만 아니라 당 정책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는 점에선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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