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지키지 못하는 세상'을 꼬집다

강경루 2021. 2. 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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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은 거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사라진 아이와 평소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하던 사회복지사 오순(박하선), 그리고 오순을 의심하는 경찰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풀어진다.

아이 보라를 서사 가운데에 놓고 가정이라는 폐쇄적 울타리 안에서 일상적인 폭력과 폭언에 노출된 아이들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영화는 이를 통해 아동학대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지 못한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는 데까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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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백'과 '아이'
영화 '고백'. 배급사 제공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은 거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 분노는 소중한 아이들을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회적 부끄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2월 당연히 아이들을 보호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던 사회를 향한 질문 2편이 스크린을 찾는다. 영화 ‘고백’과 ‘아이’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고백’은 “2021년 첫 문제작”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아동학대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서다.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하는 TV 뉴스로 출발하는 영화에는 곧이어 국민 성금 1억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등장한다. 사라진 아이와 평소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하던 사회복지사 오순(박하선), 그리고 오순을 의심하는 경찰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풀어진다.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를 살인과 유괴라는 미스터리를 접목해 풀어가는 영화의 목적은 명확하다. 우리 사회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아동학대 문제를 깊이 조명하는 것이다. 아이 보라를 서사 가운데에 놓고 가정이라는 폐쇄적 울타리 안에서 일상적인 폭력과 폭언에 노출된 아이들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영화는 이를 통해 아동학대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지 못한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는 데까지 나아간다.

영화가 주목되는 이유는 아동학대를 자극적으로 그려내지 않아서다. 사건과 범죄에 치중하기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폭력적인 장면은 의도적으로 관객이 상상하도록 연출을 해놓았는데 이런 방식이 되레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영화에는 여성 사이의 연대와 학교폭력, 데이트 폭력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만연한 폭력이 두루 녹아있다. 여러 주제를 다루다 보니 만듦새에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진정성만큼은 깊이 배어난다. 서은영 감독과 박하선 등 배우들은 영화 개봉 확정과 함께 국내 최대 아동옹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영화 '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시스

10일 개봉한 ‘아이’는 보호종료아동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보호종료아동은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돼 보육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청소년을 뜻한다. 극은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이 워킹맘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로 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백하게 따라간다. 아르바이트 월 소득이 100만원을 넘겨 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하자 보육원 친구의 소개로 영채의 아이를 대신 봐주기로 한다.

영화는 아영과 주변의 보호종료아동들의 모습을 연이어 비추면서 관심을 촉구한다. 영화의 보호종료아동들은 그동안 영화·드라마가 그렸던 모습과는 다르게 평범한 청춘들과 꼭 닮아있다. 불합리한 시스템의 벽이 이들의 당연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일 뿐이다. 극은 아이들이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즐기는 성인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한다.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싱글맘 영채를 배치해 워킹맘의 지난한 삶과 사회적 편견도 꼬집는다. 남성임에도 김현탁 감독은 젖몸살 등 여성이 겪는 출산·육아 상의 고충을 시퀀스 속에 세세히 기록해 놓았다. 입양과 파양, 약자들의 연대로 정상 가족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섬세한 연출에 김향기 류현경의 호연까지 녹아든 영화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듯하다.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영화의 진정성이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수익금 일부를 아이들과미래재단에 후원하기로 했다. 김향기는 앞선 인터뷰에서 ‘아이’를 두고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것에 관한 이야기”라며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희망을 품고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극의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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