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서울역 쪽방촌사업 합법" 주민들 "돈 몇푼 주고 내쫓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토지·건물 소유주의 동의 없이 진행된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정 추진에 대해 "해당 계획이 공시 전 공개될 경우 형법상 처벌을 받게 되는 중범죄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집주인·토지주와의 사전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주민 90%(대다수)를 돈 몇 푼 주고 내쫓는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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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장관 "사업지 사전 고지는 형사 처벌"
정부는 '2·4 주택공급대책' 발표 다음 날(5일)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지역을 공공주택 특별법상 소규모 개발사업으로 지정해 주민 동의와 무관하게 토지를 강제 수용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2410가구(공공주택 145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정부가 사전 동의나 의견 수렴도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퍼지자 변 장관은 지난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사전 고지가 법적으로 금지된 공공주택지구 지정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 장관이 말한 '법적 절차'는 2018년 제정된 '공공주택지구 보안관리지침'으로, "사업 후보지 발굴부터 지구지정 주민 공람(의견 청취) 전까지 해당 내용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5년 이하 자격 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도 지난 9일 "주민 공람 이전에는 외부에 공개될 수 없어 주민의 사전 동의를 구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19일까지 법에 따라 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민 공람에 따른 의견 수렴 이외에도 앞으로 주민설명회, 주민 협의체 등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역 토지·건물 소유주로 구성된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는 변 장관과 국토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추진위는 14일 "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듣지 않은 사업 진행 방식 자체가 위법"이라며 "사업 계획의 전면 취소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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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보상? 토지주 대부분 현금청산 대상될 것"
현재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는 정부의 계획에 반발하는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토지·건물주 310명가량이 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의 해명 이후 분노하는 주민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당 지역 토지·건물주에게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9일 "이 지역 토지·건물 소유자에게는 현 거래시세를 고려한 감정평가 가격으로 정당 보상할 예정"이라며 "보상과는 별도로 이들 중 사업지구 내 거주자에게는 공공분양 주택 또는 민간 분양주택의 우선공급권(분양가격에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를 제외한 가격) 등을 부여하고, 사업지구 외 거주자에게는 무주택자일 경우 공공분양주택의 특별공급권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진위는 "후암특계1구역의 경우 수십 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탓에 주변 환경이 열악해져 주민의 90% 가량(추진위 추산)이 다른 지역에 이주해 살고 있다"며 "동자동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건물·토지주는 10% 미만으로 추정되는데, 정부가 실거주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현금청산 방침을 세운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 지역 토지·건물주 대부분이 정부가 제시하는 실거주 요건을 갖추기 어려워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것이란 의미다.
추진위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재개발 이후 돌아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살 수 있는 환경도 안 만들어주고 실거주 조건만 충족하라는 방침은 정부가 우리를 마치 땅투기꾼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지역에 한 토지주는 "현금청산을 당하면 새 아파트도 못 받고 다른 집을 사서 들어가야 하는데 내 집을 싸게 팔고 양도세와 취득세까지 내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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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땅, 싼 가격에 사들여 땅장사 하겠다는 말"
변장관은 이날 "'서울역 쪽방촌' 사업은 앞서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영등포 쪽방촌' 사업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진위 관계자는 "영등포 쪽방촌의 경우 대부분 상업시설에 40%가량이 공유지였다"며 "대부분의 부지가 사유지인 우리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장관은 또"'서울역 쪽방촌'의 경우 공공주택지구 방식이 아니면 이주대책과 사업성은 물론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실제 주거 취약층인 쪽방촌 주민들은 3배 이상 넓은 공간을 3분의 1의 임대료로 살 수 있게 돼 호응이 매우 높다"며 "토지주와 집주인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상과 설득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추진위 관계자는 "용산구와 함께 꾸준히 민간 재개발을 추진 중이었고, 쪽방 거주민을 몰아낼 생각이 전혀 없다. 민간 분양해서 그들에게 공공임대 주택을 지어주려고 했다"며 "정부가 비싼 땅을 싼 가격에 사들여 땅장사하겠다는 것으로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도 "2·4 대책에 발표한 것처럼 용적률을 높여주면 민간 방식으로도 충분히 재개발이 가능한데 주민 동의도 없이 정부가 나서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주민 동의가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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