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박원순 사건..피해자 향한 가해는 현재 진행 중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향한 공격도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그가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서울시 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로 지난달 확인됐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발표 후에도 피해자 실명을 공개하거나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부인하는 등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한 뒤 온라인에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쏟아졌다. '성추행 증거를 공개하라', '피해자도 책임이 있다' 등의 공격이 피해자를 향했다.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 2차 가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피해자의 실명 공개로도 이어졌다. 또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피해자를 무고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 대표는 또 이를 위한 국민고발인단을 모집한다고도 했다.
공격은 피해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를 향해서도 막말을 내놓았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의 발인날 김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그를 향해 '고인의 발인날 굳이 기자회견을 잡는 패륜 변호사'라고 지칭하는 글이 온라인에 퍼졌다. 그 역시 신 대표에 의해 무고와 무고교사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북부지검은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박 전 시장이 성폭력 의혹 일부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도 담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지난달 14일 별건 재판에서 선고를 하며 "여러 차례 진술한 내용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법원에서도 사실관계가 일부 인정됐지만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이달 8일 김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북부지검 발표, 중앙지방법원 판결, 인권위 결정을 통해 왜 박 전 시장이 사망했는지,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정리·발표됐다"면서 "그럼에도 피해자를 살인녀로 고발하겠다는 주장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1000명이 넘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피해자를 대리하는 노랑 대가리를 자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버젓이 SNS 댓글에 달린다"며 "국가기관이 인정한 사실도 그들 앞에서는 무력하다"고 적었다. 또 "집단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선동 앞에서 개인인 피해자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믿음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그들을 납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쓴 것으로 알려진 편지가 온라인상에 유포되기도 했다. 편지에는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박원순의 삶을 믿고 끝까지 신뢰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40년을 지켜본 내가 아는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입니다"라며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도 적혔다. 해당 편지에 대해 여성계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반응을 내놨다.
지난 10일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SNS를 통해 유족을 위로하며 박 전 시장이 자신의 롤모델이자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라고 칭했다. 또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란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적었다. 이에 피해자는 입장문을 내고 "전임 시장의 정책을 계승한다고 했는데 공무원이 대리처방을 받도록 하고 시장의 속옷을 정리하게 하고 시장 가족들이 먹을 명절음식을 사는 일들도 정책으로 계승할 것인가"라며 "유족에 대한 의원님의 공감이 피해자인 저와 제 가족에게는 가슴을 짓누르는 폭력"이라고 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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