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아닌 채소를 달라" 명절 밥상 '비건'은 불편합니다

한승곤 2021. 2. 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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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진 명절 밥상 앞에서 `채식주의자`(菜食主義·vegetarianism)인 이 씨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명절이니까 고기 위주의 밥상이 맞다"면서도 "비건은 제대로 된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집안 어른들 앞에서 `채소만 먹고 싶습니다` 라는 말도 못한다. 아주 명절이 곤혹스럽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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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육류 위주 명절 밥상 '한숨'
동그랑땡 달걀 옷 아닌 '카레 전분물'로 요리 등 대처
지난해 10월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건세상을위한시민모임과 한국채식연합 회원들이 동물탈을 쓰고 비건 채식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건은 고기, 난류, 유제품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거부하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20대 대학생 이 모씨는 명절만 돌아오면 근심이 앞선다. 잘 차려진 명절 밥상 앞에서 `채식주의자`(菜食主義·vegetarianism)인 이 씨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명절이니까 고기 위주의 밥상이 맞다"면서도 "비건은 제대로 된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집안 어른들 앞에서 `채소만 먹고 싶습니다` 라는 말도 못한다. 아주 명절이 곤혹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이는 즐거워야 할 명절은 고기 위주 식단으로 인해 '비건'(완전한 채식주의자·Vegan)인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불편한 자리다. 각종 부침개나 전, 갈비 등 대부분 육류 위주의 식단이기 때문이다.

비건은 단순히 육류를 거부하고 채식만 한다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동물을 착취해 생산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동물권을 옹호하는 일종의 사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건이 일상 생활에서 신념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주변에 비건이 많다. 그들은 고기 위주의 밥상이 많은 명절을 괴로워한다"면서 "식단이 채식이 아닌 육류여서 힘든 것도 있지만, 비건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일종의 차별적 시선이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직장인 이 모씨는 "명절에 고기를 챙겨주시는 마음을 잘 알고 있어 죄송하다"라면서도 "그래도 비건은 고기를 먹는 것 자체로 괴롭고 힘들다.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비건들은 명절에 대처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예컨대 산적 꼬치에 들어가는 게맛살 대신 콩으로 만든 햄과 버섯으로 대체하거나, 동그랑땡은 달걀 옷이 아닌 `카레 전분물`을 묻혀 요리한다. 또 곤약을 이용해 새우 모양을 낸 꼬치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유별나다' 등 비건을 바라보는 일부의 비판적 시선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특히 가족이나 친척의 볼멘소리는 채식주의자들의 한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채식주의자 30대 회사원 박 모씨는 "명절이라 친인척이 다 모인 자리에서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 , `왜 명절에 고기가 아닌 채소 위주의 식단이 있어야 하는지` 등 설명을 하다 보면 말 그대로 진이 빠진다"라면서 "사실 설득을 하는 것 자체도 좀 우습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거나 웃어 넘기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경기 고양 지역 코로나19 자가격리자 보급품.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카라 제공

비건을 둘러싼 차별적 시선이나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상태에 들어간 이들 사이에서 보급품에 채식을 넣어달라는 요구가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라는 긴급한 상황에서도 채식을 요구하는 등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군대에서 채식주의자를 배려해달라는 취지의 집회도 열린 바 있다. 2019년 11월12일 녹색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동물권행동 카라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입대를 앞둔 진정인 4명과 함께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대 내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채식주의는 단순한 기호가 아닌 동물 착취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자 양심"이라며 "채식선택권 보장은 채식인들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 양심의 자유 등과 결부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채식을 선호하거나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은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준 150만 명 안팎이다. 생선이나 유제품 등 동물성 제품의 섭취는 허용하는 채식주의자들까지 모두 합친 규모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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