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이상하게 이혼 크게 줄었다..코로나의 '웃픈 현실'
#. 정모(38)씨는 이번에 나 홀로 귀성길에 올랐다. 부인과 자녀는 집에 머물렀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원칙을 지키면서 부모님도 찾아뵙기 위해 낸 고육지책이다. 그는 “형제와도 상의해서 방문하는 날짜를 나눴다”며 “고령인 부모님 건강도, 곧 유치원에 입학해야 하는 아이 상황도 있어 혼자 다녀왔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처럼 설날 풍경을 크게 바꿨다. 달라진 건 명절 풍속만이 아니다. 이혼 통계에도 드러났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9만7331쌍이 이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31건(-4.3%) 감소했다. 2015년(-6.0%)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이혼 건수로 따져도 2017년 9만7198건 이후 가장 적었다.
미국ㆍ유럽 등 대부분 국가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데 따른 갈등으로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뜻하는 코비드(COVID), 이혼을 의미하는 디보스(Divorce)를 합쳐 ‘코비디보스(Covidivorce)’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그런데 한국만은 예외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가족 모임이 줄면서 이혼의 원인 중 하나인 시집과 장서, 형제 등 시댁 식구와의 갈등이 줄어서란 분석이다. 뒷받침할 만한 통계가 있긴 하다.
보통 1년 중 이혼이 가장 몰리는 달은 3~5월이다. 2019년은 5월(9861건), 2018년도 5월(9706건)이었고 2017년은 3월(9486건)이었다. 이유로 설 명절이 지목됐다. 부부 간 갈등이 1~2월 명절 기간 증폭되면서 이혼 신청으로 이어졌고, 1~3개월 숙려 기간이 끝나는 3~5월 이혼 선고가 많았다. 명절 이혼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추석 명절도 있긴 하지만 연말은 이혼을 꺼리는 분위기 탓에 이런 경향이 덜했다. 그런데 지난해엔 설 연휴 2~3개월 후 이혼 급증이란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3~5월이 아닌 7월(9787건) 이혼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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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기가 미뤄졌을 뿐, 결국 시차 두고 반영"
또 다른 해석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독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영업 제한ㆍ금지 등 조치로 여성 일자리가 많이 몰려있는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남성(-8만2000명)보다 여성(-13만7000명)이 일자리를 더 잃었다. ‘이혼=경제적 독립’이 필요한 상황에서 참고 사는 비율이 늘었다는 진단이다.
물론 가장 신빙성이 큰 해석은 따로 있다.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변호사 이혼 상담, 법원 방문과 재판 등이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혼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게 아니라 단순히 절차상 늦춰졌을 뿐이란 얘기다. 과거 1998년 외환 위기, 2003년 카드 사태 등 경제위기 터질 때마다 이혼이 급증했다. 이전 위기 못지않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도 심각한 상황이다.
법무법인 숭인 김영미 변호사는 “지난해 통계상 이혼이 줄었는데 변수는 코로나19밖에 없다”며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지난해 재판 자체가 많이 열리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실직이 늘고, 집에 같이 있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불화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혼도 같이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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