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조건없는 균등지급?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4일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무상급식 논란이 복지 수준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듯이 기본소득 논쟁이 우리 사회의 연대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거라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최저임금뿐 아니라 중위층의 임금도 올라야 한다 생각하고 실업 상태이거나 최저임금 이하의 비공식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 심지어는 노동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도 기본적인 소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제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을 거론했다.
임 전 실장은 “교황께서는 일자리가 없거나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거나 낮은 수입으로 내몰리거나 하는 등의 예시를 하면서 인간의 존엄을 위해 그리고 기독교적 가치를 위해 보편적 기본 수입을 보장하는 조치를 검토하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빌 게이츠의 주장을 요약하면 AI(인공지능)·로봇으로 창출된 이익에 세금을 부과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생활과 소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며 “일론 머스크가 결국 어느 정도 보편적인 기본소득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관점 역시 AI·로봇이 점점 못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외에 많은 세계적 명사들이 재단을 만들고 엄청난 기부를 하면서 주창하는 것도 극심한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시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존엄이 흔들린다는 점, 그리고 이런 상황이 자본주의의 선순환을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본소득 주장에 동의하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제에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주장은 번지수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보유한 자산, 노동 여부,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복지제도를 모두 통폐합해도 월 20만원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제도, 실업수당과 아동수당 등을 유지하면서도 기본소득제도를 하자는 거라면 그건 '기본' 없는 기본소득이거나 재원 대책이 없는 탁상공론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본소득 개념이 많이 혼용되고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과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많이 다를 뿐만 아니라 현실적 수단을 감안하면 충돌하기까지 한다. 건강한 토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본소득을 지지했다"고 하자 이튿날 "교황이 제안한 것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생활임금제"라며 반박한 바 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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