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면 레고처럼 조립하는 교실, '모듈러 학교' 가보니

문현경 2021. 2.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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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교 94년이 된 세종시 조치원읍 조치원여중 건물은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8일 찾은 학교는 증개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교문 앞에는 학교 마크가 붙은 깨끗한 회색 건물이 서 있다. 학교가 공사판이 된 사이 학생들이 쓰는 임시 학교다.

구시가지에 있는 조치원여중은 남녀공학으로 바꿔 내년에 세종중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1927년 개교 이후 94년 만에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교문 앞 3층 건물 임시 학교는 지난해 8월 '모듈러 교실' 38개를 조립해 만들었다.


공장에서 만들어 10일이면 조립…학교뉴딜에 수요 늘어
모듈러 교실은 공장에서 골조, 마감재, 기계 및 전기설비 등을 갖춘 건물(유닛)을 완성해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하면 완성이다. 책걸상과 TV만 빼고 완성된 교실을 가져와 조립만 하기 때문에 설치는 10일이면 된다. 조치원여중 임시 학교는 천장 시스템 에어컨, 화장실 동파방지를 위한 온풍기, 컴퓨터실 바닥에 깔린 전기 설비까지 모두 전북 군산 공장에서 만들어져 왔다.

모듈러 교사는 컨테이너와 달리 채광이 일반 건물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사진은 조치원여중의 교실 모습. 여운하PD


모듈러 건물은 최근 학교 현장에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뉴딜' 사업에 따라 2025년까지 전국 학교 1400여곳이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게 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모듈러 학교에서 생활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과밀 학교에서 임시로 학급을 늘리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성능은 일반 건물, 간편함은 컨테이너…3개 붙이면 교실 돼
예전에는 임시 교실이 필요하면 컨테이너를 썼지만 단열이 되지 않아 여름엔 찜통, 겨울엔 냉골이었다. 층고도 2.1m로 낮아 답답한데다 소음에 취약한 문제도 있었다.

현장에서 본 모듈러 교사는 단열·환기·채광 등 측면에서 컨테이너보다는 일반 건물에 가까웠다. 교육부 관계자는 “컨테이너보다 반응이 훨씬 좋다. 학생들이 손뼉 치며 새 건물이라고 좋아한다”고 했다.

모듈러로 만든 조치원여중 임시 교사 내부 모습. 모듈러를 이어 붙인 이음새 부분이 보인다. 문현경 기자


큰 창이 시원하게 난 전면부만 보면 일반 건물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조립식 건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복도나 교실에서 쇠로 된 이음새가 보인다. 조치원여중에 사용된 모듈러는 가로·세로 각 3m, 층고는 2.7m다. 이 유닛을 세 개 붙이면 한 개의 교실이 된다.

바깥 소음과 바람 차단을 위해선 고무 패킹으로 꽉 막을 수 있는 창문을, 내부 소음 차단을 위해선 아트보드를 사용했다. 공사 중인 건물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창문을 닫으면 공사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조치원여중 모듈러 교사에 사용된 창. 슬라이드 방식의 창문보다 외부 소음 차단에 용이하다. 문현경 기자


학교·교육청 모두 만족하지만…높은 비용은 관건
모듈러를 제조하는 대승엔지니어링 채윤석 대표는 “학부모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실내 공기 질”이라며 “열 회수형 환기장치(전열교환기)를 설치해 미세먼지·이산화탄소·폼알데하이드 등 수치를 의료기관 수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양옆에는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이고 외부 공기를 넣어주는 디퓨저도 있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창문을 닫아도 실내 공기 질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모듈러 유닛에 전열교환기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대승엔지니어링 제공



문제는 비용이다. 지난해 나라장터에 공고된 임대료 평균으로 비교하면, 모듈러 교사 임대료는 컨테이너 교사 임대료의 1.6배다. 교실 한 개를 빌려 쓰는 데 일 년에 수천 만원이 든다. 정부는 학교 뉴딜 사업 예산 18조5000억원에 공사 기간 동안 쓸 모듈러 교사 비용을 포함시켰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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