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 급속도로 냉각된 美-사우디 관계, '인권'만 걸림돌일까

이현우 2021. 2. 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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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핵협정 복귀 목표, 사우디와 거리두는 바이든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 된 中, 사우디 핵개발도 지원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 국무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전쟁 중인 예멘 후티반군에 대해 테러 조직 지정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사우디 왕가와 친밀함을 과시하며 후티반군과의 전쟁에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줬던 것을 생각하면 양국관계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매우 급반전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사우디의 장기간에 걸친 예멘 공격에 따른 예멘 국민들의 인권침해 문제와 함께 사우디 내부의 취약한 여성인권과 왕가의 전제정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차대전 전후 70년 넘는 기간동안 미국 중동정책의 핵심 동맹이던 사우디와의 관계 변화는 단순히 인권문제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하긴 어려운 상태입니다. 어느나라의 외교에서나 명분보다는 자국의 실익이 우선되기 때문이죠.

미국의 변화는 이미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적 친분을 과시했지만,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동에서 발을 빼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동의 전략적 가치였던 석유의존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 빈자리는 아직 석유가 많이 필요한 중국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이란핵협정 복귀를 원하는 바이든 행정부, 사우디에 등돌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예멘 후티반군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예멘의 끔찍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인식한 데 따른 결정"이라며 "후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 아브드 알-칼리크 바드 알-후티, 압둘라 야히아 알-하킴 등 3명 역시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명단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테러조직 지정 철회는 오는 16일부터 발효될 예정인데요.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가 여전히 후티반군과 전쟁 중임을 감안하면 이는 사우디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음을 보여줍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는 미 의회의 반대에도 사우디의 후티반군 공격을 계속 지원했고, F-35 전투기 등 첨단무기 수출도 잇따라 이뤄졌죠.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의 후티반군 공격 지원을 중단하고 무기수출도 중단한 상태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예멘의 인도주의를 생각한 결정이라지만, 후티반군의 배후에 이란이 있음을 고려하면 단순히 인권문제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란핵협정(JCPOA) 복귀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죠. 후티반군은 이슬람 시아파 군벌세력으로 분류되며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으로부터 각종 중화기와 미사일, 폭격용 드론 등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조직입니다.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 중국과 가까워지는 사우디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사우디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사우디와 중국간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은 최근 사우디의 핵개발을 도왔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8월 미 정보당국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가까운 알우야이나 태양광 단지 인근에 새로 완공된 건축물을 찾아냈으며, 그 형태나 위치를 분석한 결과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설은 앞서 중국이 이란에 설계, 원조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 이스파한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외관이 흡사해 사우디 핵개발의 배후에도 중국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죠. 사우디는 지난 2015년 이후 중국과 원자력 관련 협력사업을 강화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5년은 사우디의 대중국 석유수출량이 대미 수출량을 넘어선 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2014년 셰일오일 기술의 발전 이후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 되면서 중동 석유 수입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죠. 더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른바 친환경 그린뉴딜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며 화석연료 사용 자체를 근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비해 공장설비 및 화력발전용으로 자국 내 소비량이 엄청난 중국은 여전히 막대한 양의 석유를 원하고 있죠.

사우디와 중국간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박해에도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국가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 상황과도 연결됩니다. 신장위구르 지역의 이슬람교도들은 이슬람 수니파교도들이 대다수고, 사우디는 수니파 종주국이지만 신장위구르의 수니파교도 박해문제에 대해 일절 거론치 않고 있죠.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적국으로 규정짓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이러한 사우디와 중국간 밀월관계가 깊어지는 상황을 곱게볼 리가 없습니다. 당장에 동맹관계가 사라지거나 외교관계가 급격히 청산되진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사우디간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죠.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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