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주택 지분 50%가 1주택? 사이좋게 나눴더니 세금 폭탄
1순위 '상속포기'하면 2순위에게
한정승인 상속개시 석달 내 신청
집 '반반' 상속할 땐 종부세 따져
집 지분, 주택 수 포함돼 2주택자
9살인 이모군에게 한 금융회사에서 6억원의 빚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날아왔다. 몇 년 전 사망한 할아버지가 남긴 채무였다. 이군의 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들이 모두 상속 포기를 한 사실을 확인하자 채권자가 손자인 이군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한 것이다. 빚이 손자에게까지 상속되는 줄 몰랐던 이군의 아버지가 2015년 채권자와 법정 다툼을 한 사례다.
분쟁 없는 상속도 기술이다. 설을 맞아 가족ㆍ친지 간 다툼없이 현명하게 상속받는 방법을 살펴봤다.
재산 상속에는 빚(채무)도 포함된다. 이때 상속인의 지위를 포기하면 재산은 물론 채무까지 물려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씨의 사례처럼 부모의 빚을 자녀가 모두 상속포기 하더라도 손자에게 넘어올 수 있다. 손자녀도 1순위 상속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순위 상속인(직계비속ㆍ자녀, 손자녀)이 상속포기를 하면 2순위(직계존속ㆍ조부모), 3순위(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순위(4촌 이내 친족)까지 차례대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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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한정승인 효과 없어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원만한 해결책은 가족끼리 상의해 피상속인 자녀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받고, 나머지 형제는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부모의 빚을 청산하겠다는 의미다. 상속인이 자기 재산으로 변제할 의무는 없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면 빚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1ㆍ2순위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으로 묶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군의 할머니가 한정승인을 하더라도 손자에게 채무는 그대로 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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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포기, 상속개시 3개월 안에 신청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많다. 상속포기는 상속인이 본인이 상속인이 된 것을 안 날(상속 개시)로부터 3개월 이내 관할 법원에 접수해야 한다. 한정승인 역시 이 기한 내 신청을 한 뒤 신문 공고로 한정승인을 받은 사실을 채권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후 채권자에게 채권액 비율에 맞게 채무를 갚는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특히 피상속인 재산을 상속인 임의대로 처분하거나 누락하면 한정승인 효과가 사라질 수 있는 만큼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명의의 오래된 자동차를 폐차했다고 하자. 이 사실을 안 채권자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면 한정승인은 취소될 수 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이나 빚을 손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를 통해 금융권의 예금과 대출, 증권계좌, 보험계약, 신용카드, 연금가입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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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반반 상속은 종부세 따져야
집을 상속받을 때는 세금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특히 형제간 주택 지분을 쪼개 ‘반반’ 상속받았다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을 받을 수 있다. 세법상 주택 지분도 주택 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속 주택(지분 포함)을 포함해 2채 이상을 서울 등 조정대상 지역에 갖고 있으면 종부세 부담은 더 커진다. 지난해 7ㆍ10대책으로 종부세 최고세율이 기존 3.2%에서 6%로 뛰었기 때문이다. 다만 상속주택 지분율이 20% 이하인 동시에 지분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인 경우는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예를 들어 김모씨가 서울 신정동 목동 힐스테이트(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로 서울 중계동 건영 3차 아파트(전용 84㎡)를 최근 동생과 공동 상속(지분 50%)받았다고 가정하자. 김씨가 올해 내야 할 종부세는 456만원으로 지난해(24만원)보다 19배 늘어난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가 종부세 세율 인상과 세 부담 상한 300%를 적용해 모의 계산(시뮬레이션)한 결과다.
김씨의 종부세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상속받은 주택 지분이 주택 수로 더해지면서 2주택자로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다. 또 두 채 모두 서울에 있어 종부세 세율도 커졌다. 아파트 두 채의 공시가격(9억7050만원)에 매겨지는 종부세 세율은 1.6%로 기존(0.5%)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50%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상속세(5674만원) 외에도 매년 수백만 원씩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종부세가 부담된다면 형제끼리 상의해서 주택을 처분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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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때는 상속주택, 주택 수에서 제외
집을 팔 때도 지분도 주택 수에 포함될까. 종부세와 달리 양도소득세는 상속주택 특례규정이 있다. 1주택자가 주택을 상속받아 2주택자가 되더라도 상속 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이다. 김씨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까지 챙기려면 기존 주택을 먼저 팔아야 한다. 반대로 상속 주택부터 상속 후 5년 이내 처분하면 일반 양도세율(6~45%)을 적용한다.
양경섭 세무사는 “실제 종부세 세율이 오른 뒤 상속주택 상담이 늘었다”며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주택자인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주고 나머지 형제에게 금융 재산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했다. 전체 상속 재산이 집 한 채라면 주택 지분을 20%이하로 쪼개 지분 공시가격을 3억원 이하로 낮춰 상속하는 것도 차선책일 수 있다. 상속 지분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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