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나라에서 '디지털 세뱃돈' 준다..화제된 CBDC 뭐길래
설날 세뱃돈으로 한국은행이 발행한 가상화폐를 받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최근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미래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설 연휴 직전 일부 시민들에게 '디지털 세뱃돈'을 시범적으로 나눠줬다.
지난 7일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추첨을 통해 시민 5만명에게 각각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배부했다. 당첨된 시민은 휴대전화 전용 앱을 설치한 뒤 춘제와 겹치는 10~17일 베이징 내에 지정된 상점에서 이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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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주조비용 절약 등 이점…개인정보 기록은 '양날의 검'
CBDC는 국가기관인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다. 지폐나 동전처럼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민간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나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다.
디지털 형태의 화폐는 여러 이점이 있다. 먼저 지폐나 동전을 찍을 때 드는 화폐주조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화폐의 액면가에서 주조비용을 뺀 ‘시뇨리지(화폐주조차익)’가 늘면서 중앙은행의 이익도 증가한다. 덤으로 실물 화폐의 보관과 운송 등 화폐 관리 비용도 큰 폭으로 줄어든다.
현금과 달리 추적이 어려운 불법자금을 찾아내거나 탈세를 방지하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디지털 형태 특성상 화폐 보유와 거래 내역이 전산에 기록돼서다. 이 기록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익명으로 남길 수 있지만, 이자 지급이나 소득세 부과 등 조세정책을 시행 때문에 익명성이 일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정보가 전산망에 남는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외부 해킹이나 불법 민간인 사찰에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자금융조사팀이 지난 2019년 발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에도 “중앙은행은 오랜 기간 민간과의 거래가 제한돼 왔다”며 “방대한 개인정보를 취급하기 위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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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큰둥 했던 CBDC 논의…리브라 발행으로 ‘깜짝’
당초 각국의 중앙은행은 CBDC 발행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일부 국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끌어내리며 CBDC 관련 논의가 이뤄진 정도였다. 디지털화폐 보관에 수수료를 부과하면 투자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에서였다. 금융위기에서 경제가 회복되고 통화정책이 정상화되자 CBDC 관련 논의도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2019년부터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 출시를 발표하면서다. 리브라는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와 다르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화폐와 일정 비율로 교환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예를 들어 1리브라 당 1달러를 교환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의 고유권한인 화폐의 독점적 발행권이 위협받게 된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크게 반발한 이유다. 지난해 10월 주요 7개국(G7)은 공동성명을 통해 “어떠한 스테이블 코인도 적절한 설계 등을 통해 관련법, 규제, 감시 측면의 필수조건에 충분히 대응할 때까지 운영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 리브라 측이 ‘적절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각국의 CBDC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관련 논의에 속도를 붙이는 불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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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앞서 나가는 중국…모바일 결제구조 탓
CBDC 도입이 가장 앞선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인민은행은 2014년 CBDC 연구팀을 만들고 2017년부터 디지털화폐연구소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후 실제로 디지털화폐 시범도입 실험을 여러 차례 시행하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중국 내 결제구조 때문이다. 국민 대부분(86%)이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94%를 톈센트와 알리바바가 나눠 가지고 있다. 두 기업의 결제 망에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중국 경제가 마비될 수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8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인민은행은 새로운 디지털화폐 발행을 통해 알리바바와 톈센트의 전자결제시장 독점권을 낮추려고 한다”며 “지급결제시장에 민간기업이 아닌 은행들이 더 진출하게 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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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걸음마 단계...“보급은 시기상조”
중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CBDC 도입보다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가상환경을 구축해 CBDC가 작동하는 방식과 안정성 등을 시험해볼 계획이다.
당장 CDBC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국내의 화폐발행 잔액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일부 연령층에서는 여전히 현금사용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향후 현금 사용량을 묻는 말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 응답한 비율은 70대 이상(80.5%)이 가장 많았다. 20대(53.8%)와 30대(50.3%)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현금사용이 점차 줄어들면서 현금이 없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CBDC 도입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미래를 대비해 장기 과제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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