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계 OPEC' 된 한국·대만.."생산량 따라 글로벌 경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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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새로운 석유가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게 석유가 있듯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 생산에 있어 거의 독점적인 위치에 서게 됐다."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고 반도체 가격에 따라 물가도 좌우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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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반도체는 새로운 석유가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게 석유가 있듯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 생산에 있어 거의 독점적인 위치에 서게 됐다."
영국 리서치회사 TS롬바르드의 로리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를 보고 이같이 평가했다. 글로벌 경제의 핵심 요소인 국제유가가 중동의 지정학적 요소에 휘청였던 것처럼 이제는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대만과 한국의 수급 조절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대만과 한국을 '새로운 OPEC'이라고 표현했다.
13일(현지시간) 그린 이코노미스트가 TS롬바르드 블로그에 올린 '지정학적 스포트라이트가 반도체로 옮겨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대만과 한국은 세계 프로세서 칩 생산의 83%, 메모리칩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5년간 수출 추이를 살펴보면 대만 수출 증가분의 평균 64%, 한국 수출 증가분의 평균 41%를 반도체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새로운 지정학적 무게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대만과 한국이 경제 성장 측면에서는 중국에 의존하면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는 미국과 손잡는 등 미·중 갈등의 전면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를 소비하는 두 국가가 각각 다른 이유로 대만, 한국에 의존도가 높아 대만과 한국이 미·중 갈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제조 우위에 서 있다는 것은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략적 중요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대만과 한국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며 아시아에 첨단화된 제조 장비를 유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가전제품을 넘어 모든 제품에 직접 내장되거나 제품을 만드는 기계나 과정 속에 간접적으로 포함된다"면서 "설비투자(Capex)는 이제 반도체 집약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고 반도체 가격에 따라 물가도 좌우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대만 TSMC가 반도체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고 다른 업체들도 이를 따를 것이라면서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한 부족 사태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격 상승은 경쟁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가격 상승이 관리된다면 반도체 생산에 대한 그들의 헤게모니는 더욱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력과 자본 집중도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만과 한국의 주도권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면서 "세계 성장에 있어 공급과 수요, 병목현상은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생산을 중심으로 발생할 것이며 이들이 영원히 독점적 위치를 갖진 않겠지만 최소 향후 5년간은 이들의 기술, 연구개발(R&D) 투자, 설비투자 계획 등을 볼 때 독점적 위치가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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