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찾은 그곳..SK 최창원의 한 수, 15년뒤 백신 금맥 캤다

문희철 2021. 2.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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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자의 3남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하면서 주목
2006년 청사진 제시..안동에 최고 공장
국내 유일 코로나백신 개발·생산·유통
대외 노출 않고 은둔하는 경영 스타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지난해 7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상황실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SK그룹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가 다음 달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다음 달 9~10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투자은행(IB)업계는 SK바이오의 기업 가치를 3조~5조원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상장한 SK바이오팜에 이어 SK로선 또 한 번 성공적 기업공개(IPO)를 앞둔 셈이다.

이 회사가 최근 주목 받은 건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유통 등 전 단계 라인업을 갖춘 유일한 한국 기업이어서다. 13일 기준으로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 등 식품의약안전처의 승인을 마친 코로나19 백신 중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은 모두 SK바이오 안동공장에서 출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경북 안동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특별한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SK바이오를 키운 사람은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57)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은 지분 40.2%를 보유한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다. SK디스커버리(33.5%)→SK케미칼(98%)을 통해 SK바이오를 지배하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이날 안동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을 시찰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동생(최창원 부회장) 입장에서 그룹 총수인 형님(최태원 회장)이 배석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사촌 간 돈독한 우애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최종건 회장이 창업한 SK는 그의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이어받았다. 현재는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을 총괄하고, 최종건 회장의 3남인 최창원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 경영을 맡고 있다.

SK바이오 안동공장 사례는 두 사람의 원만한 사이도 알려주지만, 최 부회장의 은둔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최근 화제가 된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 매각 때도 구단주인 그는 전혀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2014년 초 구단주를 맡았을 당시 “최태원 회장님께서 야구단을 맡아 달라고 하셨다. 부족함이 많은 열혈 팬이지만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제 역할을 잘하겠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 관계사 지배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는 1994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과장으로 입사해 28년째 SK에서 일하고 있지만 언론 인터뷰도 거의 없었다. 기자는 11년 전 서울시 중구 순화타워에 있는 SK건설 사옥에서 최창원 부회장을 마주친 적이 이 있다. 로비 승강기의 문이 열렸는데 누군가 홀로 가죽가방을 든 채 서 있었다. 통상 대기업 오너경영인이 회사를 찾을 땐 수행비서와 함께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는 당시 SK건설 부회장이었다.

특유의 곱슬머리를 보자마자 최 부회장임을 알아채고,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건넸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이어 회의실로 사라졌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2002년 SK글로벌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중앙일보와 사진 촬영에 응했던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경영인으로선 높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는 게 SK그룹 안팎의 평이다.

백신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 부회장은 15년 전부터 바이오사업의 청사진을 그렸다. 2006년 대규모 백신 투자 계획을 세우고 2008년 5000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에는 안동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공장(L하우스)을 지었다.

장기간 투자·연구가 필요한 바이오산업은 특성상 개발기간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오너의 결단 없이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성실하고 저돌적이며 궂은일을 처리하는 추진력이 강하다”(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는 평가를 받아온 최창원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백신 사업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 그래픽 김영옥 기자

그가 바이오에 투자하기 전까지 맡았던 핵심 업무가 기획이었다. 입사했을 때부터 한 회사에서 한 우물을 파며 계속 기획 업무를 맡았다. 바이오산업은 장기간의 기획 경험을 거쳐 그가 선택한 신사업이다.

SK케미칼 부사장으로 일할 때 최창원 부회장은 “기획 업무는 헬리콥터 같은 것”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높은 곳에서 전체를 굽어보고, 원하는 곳에 정확히 내려앉는 업무가 기획”이라며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파종해야 기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비교적 단기간에 K-백신의 이정표를 세웠다. SK바이오는 두 가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NBP2001·GBP510)을 독자 개발 중인데, 이 가운데 GBP510은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금을 유치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재단이 지원하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지원 대상으로 GBP510을 선정하고 1000만 달러(약 110억원)의 임상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백신 유통도 총괄한다. SK바이오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 2종은 물론, 해외서 들여오는 얀센·화이자 백신과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공급받은 백신까지 유통·보관을 맡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절차. 그래픽 김영옥 기자


SK바이오가 상장하면 최 부회장은 막대한 주식 평가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 최대주주인 SK케미칼은 공모가 희망범위의 최상단을 기준으로 4973억원을 상장 즉시 손에 쥘 수 있다. SK디스커버리를 통해 SK케미칼을 보유한 최 부회장의 지분가치도 수직상승한다. 지난해 말 기준 최 부회장의 SK 계열사 지분가치는 5153억원이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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