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의 학생인권의식 비판

안승민 2021. 2. 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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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선생님들께 드리는 말씀

[안승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학생이 제기한 '학생의 교직원 사용공간 청소 배정으로 인한 인권침해' 진정의 결정문을 알렸다.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킨 결정이었다. 많은 사람이 댓글을 통해 공감하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댓글을 다는 대다수가 학생이었거나 과거 학생이었던 적이 있기에 더욱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이후 오마이뉴스 기사로 채택된 ''교무실 청소=인권침해' 결정 근거는 헌법 10조였다' 기사를 읽었다. (관련기사: http://omn.kr/1s1n7) 기사는 교무실 청소를 인권침해로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을 분석한 기사였다. 해당 기사에서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이 9일 보도자료를 내며 밝힌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향상을 위한 노력은 존중하나, 인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학교 현실과 교육적 측면을 다소 고려하지 않는 또 하나의 교육 사안 결정"이라는 입장을 소개했다. 나는 교총이 어떤 보도자료를 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해 교총의 주장을 알아보았다.

교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교총은 학생 인권은 매우 소중한 가치로 존중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 사안 결정에 있어 인권적 측면과 교육적 측면 모두를 다 함께 고려해 줄 것과 결정 전에 공정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것을 거듭 촉구한다."라고 밝햤다. 그러면서 교총은 "이러한 교총의 주장은 그간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금지 △초등학생 집회 및 시위보장 △교내휴대전화 사용제한 완화 권고 등 교육과 관련한 사안에 있어 인권에만 치우쳐 학교 현실과 교육적 측면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다양한 시각을 외면한 사례가 거듭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라고 주장했다.

교총이 '인권적 측면에만 치우친 인권위의 결정'의 예시로 든 것은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금지, 초등학생 집회 및 시위보장, 교내휴대전화 사용제한 완화 권고다. 전혀 인권적 측면에만 치우친 권고가 아니다.

일기장을 마음대로 보지 말라는 권고, 초등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권고, 교내에서 통신의 자유 및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는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라면 학생들도 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권고이다. 교총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학교는 초등학생들의 일기장을 검사하고, 초등학생들의 집회 및 시위를 막고, 교내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학교인가?
  
 2019년 학생의날을 맞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의 일부. 수많은 학생이 학교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총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결정을 '학교 현실과 교육적 측면을 다소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 현실은 어떤가? 2019년 11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생의날 90돌을 맞아 발표한 '전국 학생 인권·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에 의한 체벌이나 도구를 활용한 체벌을 자주 혹은 가끔 경험한 학생은 16.5%에 달했다.

두발 혹은 복장의 규제 등은 더욱 심각하다. 53%의 학생이 두발에 대한 규제를 자주 혹은 가끔 경험해보았고, 겉옷, 신발, 장신구 등 복장에 관한 규제를 자주 혹은 가끔 경험해본 학생은 65.4%에 달했다. 이외에도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수많은 인권침해가 학교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총은 '학교 현실'을 말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교총은 로고에 '좋은 교육, 좋은 선생님'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총의 보도자료를 보면 정말 교총은 좋은 교육을 추구하는지,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지 의문이다. 학생 인권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진보하고 있지만, 교총의 학생 인권 시계는 수십 년 전에 멈춰서 있다. 다시 이 시계를 빠르게 돌려야 한다.

"교총 선생님들! 감히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교총은 전교조와 함께 양대 교원단체로 불리며 여러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교총에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자료에서 인권위를 비판하면서도 교총은 학생 인권을 매우 소중한 가치로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셨습니다. 교무실 청소가 인권침해라는 결정은, 인권적 측면에만 치우친 인권위의 결정이 아닙니다. 학생의 인권도 소중한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인권위의 결정입니다. 더욱이 학교 현실은 학생들의 인권이 일상적으로 침해되어 오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해 권고하는 것은 인권위의 당연한 업무입니다.

교총 선생님들! 교총이 진정 학생 인권을 매우 소중한 가치로 존중한다면 이번 보도자료를 거두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학생 인권을 진정 교육현장에서 소중한 가치로 존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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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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