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셀프가입 50만명 돌파..국민연금에 돈 몰리는 이유
제주도 서귀포시에 사는 전업주부 강순덕(66)씨는 55세에 국민연금을 붓기 시작했다. 남편(72)이 연금 타는 걸 보고 50대 중반에 보험료를 납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60대가 됐고 그간 냈던 보험료를 일시불로 찾든지, 보험료를 계속 내 10년을 채우든지(임의계속가입) 선택하라는 안내를 받은 강씨는 임의계속가입자가 돼 몇 년 더 보험료를 부담했다. 최소 가입 기간(10년)을 채운 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20만원 조금 넘는 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강씨는 “남편이 30만원 넘게 받으니 내 연금과 합하면 50만원이 넘는다”며 “전기세·수도세 등 공과금을 다 내고도 남는다. 늦게라도 가입하길 잘했다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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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용돈 된다” 임의계속가입자 10배 급등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해마다 꾸준히 늘면서 100만명에 다가섰다. 특히 의무 가입이 종료되는 만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계속 내는 임의계속가입자는 지난해 50만명을 넘어서 10년 전의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연금 고갈 우려 속에서도 결국 믿을 수 있는 노후 대비책은 국민연금밖에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임의계속가입자는 53만6310명으로 집계돼 50만명 선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처럼 최소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 수급 자격을 얻으려고 보험료를 계속 납부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가입 기간을 연장해 더 많은 연금을 타기 위해 임의계속가입을 선택하기도 한다. 임의계속가입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0년 4만9381명에 그쳤지만, 매년 불어나 2015년 21만9111명으로 20만명 선을 뛰어넘었다. 2년 만인 2017년 34만5292명으로 오른 뒤 다시 3년 만인 지난해 50만명대로 증가한 것이다. 2010년과 견줘 10년 사이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 속에도 국민연금이 노후준비 수단으로 안정적이고 효과적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스스로 가입하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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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가입도 35만명으로
학생이나 전업주부, 군인 등 소득이 없어 연금에 가입할 의무가 없지만 스스로 가입한 임의가입자도 느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임의가입자는 35만2427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17만1134명으로 10만명을 돌파한 뒤 2015년 24만582명, 2017년 32만7723명 등으로 늘었다. 2019년 32만8727명으로 줄어드는 듯했지만, 지난해 35만명대로 다시 올랐다.
우연서(58·여)씨는 1985~1988년 직장생활을 하던 중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그러나 89년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다. 국민연금을 받을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한 우씨는 만 60세가 되는 2023년에 일시불로 돈을 받아야 했지만, 주변 소개로 2016년 임의가입 제도를 알게 돼 다시 보험료를 납입하기 시작했고, 임의가입을 통해 기간을 채울 수 있다.
개인연금과 비교해 주부들을 유인하는 점은 국민연금이 종신연금으로 65세 이후 평생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수익률이 다른 어떤 상품보다 높다는 데 있다. 최대 강점은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실질가치 보전을 위해 매년 전년도 전국 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 연금액을 올려 준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을 지급하는 것도 사적 연금과 다르다. 우씨도 “최저 금액으로 9만원씩 넣고 있는데 나중에 20만원 정도 받게 되면 생활비로 쓸 것”이라며 “연금을 잊고 살다가 받을 생각 하니 잃어버린 것을 되찾은 것 같다. 개인연금(사적 연금)도 있지만, 국민연금은 사망 직전까지 나오고 사망해도 유족 연금이 나오니 가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임의가입자와 임의계속가입자를 합친 가입자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88만8737명으로 90만명에 육박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가입자는 감소 추세로 접어들겠지만 연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데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납입 이력이 있는 은퇴자가 가입 기간을 늘리기 위해 추가로 가입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불입 능력은 있는데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라 제도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주부 등 여성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수정 2021년 2월 14일: 당초 기사에 〈우연서(58·여)씨는 1985~1988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48개월간 냈다. 그러나 1989년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다.〉고 보도했으나, 가입 연도가 달라 해당 부분을 삭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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