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2월의 봄'..뭘 볼까 고민된다면
‘퐁당당’ 객석이 ‘퐁당’으로 완화하면서 뮤지컬 무대가 ‘2월의 봄’을 맞았다. 객석 두 칸 띄기 의무가 ‘한 칸 띄기’ 혹은 ‘동반자 간 좌석 띄기’로 이달 1일 바뀌었다. 개막을 미루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공연을 쉬던 뮤지컬들이 다시 관객을 맞았다.
뮤지컬의 봄은 계속된다. 2일 개막한 ‘명성황후’는 폐막을 10일 뒤로 미뤄 다음 달 7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도 공연을 3주 연장해 다음 달 28일까지 무대를 연다. 대형 뮤지컬이 ‘퐁당’ 완화에 맞춰 일제히 불을 밝히면서 한번에 맞붙게 된 상황이다. 그 중에 무엇을 볼까. 각 작품에 참여한 제작자ㆍ스태프ㆍ배우에게 ‘이 공연을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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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한 한국 뮤지컬의 ‘맏형’
뮤지컬 ‘명성황후’는 1996년 초연해 올해로 25주년이다. 이번 공연부터 프로듀서를 맡은 윤홍선 에이콤 대표는 “시대에 맞춰 완전히 바뀐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원래는 노래로만 대화하던 배우들이 대사도 병행한다. 아픈 역사를 다루는 작품의 무게감을 현실적인 대사로 다소 덜어냈다. 윤 대표는 “완전히 가볍게 가지는 않지만 현대의 관객에게도 다가가기 위해 대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음악도 바뀌었다. 작곡가 양방언이 편곡에 참여하면서 25년만에 처음으로 국악기를 넣었다. 민중이 나오는 장면, 죽음을 위로하는 부분에서 피리와 태평소 등이‘조선’이라는 배경을 강조한다. 무대에도 25년 전엔 없던 LED장치를 사용해 다양한 장면을 재연했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메시지는 동일하다. 명성황후가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노래하는 마지막의 하이라이트도 강렬하던 그대로다. 윤 대표는 “다만 명성황후를 막연히 칭송하기 보다는, 한 사람으로서 내리게 되는 선택의 이유를 설명해주는 극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3월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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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 서약서 쓰고 비밀 지키는 무대 마술
2013년 한국 초연했던 뮤지컬 ‘고스트’도 8년 만에 돌아왔다. 신기한 장면이 많아 ‘매지컬’이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던 작품이다. 주인공이 죽고 나서 유령이 돼 벽을 통과하고, 지하철에서 유령이 싸우는 장면 등이 실제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지영 협력 연출은 “마술을 이용한 기술이 10가지 정도 사용되는데,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은 이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발설하면 위약금을 물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참여한다”고 말했다.
1990년 나왔던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2011년 영국 초연됐던 작품이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성이 유령이 돼 연인을 지켜주는 이야기다. 이지영 연출은 “8년 동안 첨단 기술을 이용한 뮤지컬 작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작품은 30년이 된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사랑 이야기와 기술이 만나면서 완성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제는 ‘사랑과 영혼’을 알지 못하는, 어린 세대의 관객도 많아지고 있다”며 “세대를 관통하는 사랑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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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맞는 이야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김문정 음악감독은 “15년 전 처음 만나 1000회 넘게 공연한 작품”이라며 “언제나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의 모든 대사를 외우고 있다. “‘천번을 치시오, 천번을 일어날테니’나 ‘눈을 뜨지 않고는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다’는 대사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맨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다. 김 감독은 “지금의 시대와 작품의 메시지가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누구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돈키호테는 꿈과 희망을 좇는 존재다. 그런데 거기로 다같이 가자는 게 아니고, 지하 감옥으로 그 꿈과 희망을 가져온다. 코로나19의 시대에 더 와닿는 메시지다.” 김 감독은 특히 돈키호테가 죽음을 각오하고 걸어나가는 마지막 장면, 특히 그가 불렀던 노래를 죄수들이 다같이 불러주는 부분을 백미로 꼽았다. “청중에게 등을 돌리는 엔딩은 ‘맨 오브 라만차’ 뿐일 것”이라며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희망을 놓지 말라는 큰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덧붙였다. 3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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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전환 118번, 빠르게 지나가는 3시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맡은 배우 카이는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져서 매 공연을 행복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누명을 쓰고 투옥한 젊은이가 14년 후 복수를 위해 파멸에 가까이 가는 내용이다. 카이는 “20여년의 복수극을 담아내는 무대세트는 변화가 아주 많고, 의상 전환과 역할 분담도 상당하다”며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내용을 한 무대에 펼쳐내는 식으로 스펙터클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장면 전환은 118번이다. ‘몬테크리스토’는 2010년 국내에서 초연했고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이다. 첫 해 95%, 2016년 94%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다. 3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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