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결과 따라 野 대선후보군 지형도 변화 조짐

최현욱 2021. 2. 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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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대권 잠룡들, 뚜렷하게 두각 나타내는 후보 없어
4·7 보궐선거 이후 야권에 대대적 지형도 변화 일 듯
국민의힘·제3지대 中 중심축 누가 되냐에 따라 희비
사분오열 경계.."반문진영 모두 하나 돼야 野 대선판 시작"
청와대 전경 (자료사진) ⓒ청와대

'2022 대선 전초전'이라 평가 받는 4·7 재보궐선거 직후 온 정치권이 대선을 위한 판짜기에 돌입하며 한바탕 소용돌이가 휘몰아 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야권의 경우 현재까지 대권 주자로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후보가 없는 만큼,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야권의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홍준표 무소속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이 거론되어 왔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및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도 잠룡으로 평가된 바 있으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직접 도전장을 던지며 당장의 대권 도전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중 누구 하나 여권 후보들을 제치고 치고 나가는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한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대표를 제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 1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아직 정치 참여 여부를 단정하기도 어려운 윤 총장을 명확한 '야권 후보'로 규정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4~25일 실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윤 총장을 제외한 야권 후보들의 성적은 저조했다. 그나마 홍준표 의원이 5.3%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유승민 전 의원(1.8%), 원희룡 지사(0.9%), 황교안 전 대표(0.9%) 등은 0~1%의 응답을 얻는데 그쳤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차기 인물난'을 해결하는 것은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고질적으로 야권을 향해 제기되어 온 숙제인데, 어느덧 4년이 지나 차기 대선이 가까워 오는 데도 이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야권 모두가 처절하게 반성하고 정신을 차려야 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은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 야권의 최대 과제이지만, 보궐 승리가 곧바로 차기 대선 인물난을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되진 않을 것이다"라며 "그래서 기존의 야권 판을 완전히 뒤집을 수준의 전면적인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정치권 전반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경선의 유력 후보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또다른 축인 '제3지대 단일화' 경선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 ⓒ데일리안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여러 주요 인사들이 출범 가능성을 언급한 '반문 연대 플랫폼'이라는 큰 틀에서 한 데 모여 잠룡들이 경쟁을 펼치는 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우선적으로 모두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1야당'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금태섭 전 의원을 위시한 '제3지대'의 경쟁을 통해 야권의 대표 주자를 정해 보궐선거에 내보낼 예정인 만큼, 자연스레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세력이 향후 정계개편의 구심점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 정계개편의 운전대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대권 잠룡들의 지형도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판에서는 자연스레 제3지대 인사들과 중도보수 색채를 강하게 지닌, 소위 '보수의 적통'이라 규정하기 어려운 후보들은 힘을 받기 힘들 것이다. 반면 제3지대 중심의 정계 개편이 이뤄지면 친박계를 비롯한 기존 보수 인사들이 일단 밀리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보궐선거 이후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과열될 경우 자칫 야권의 '사분오열'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이 같은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는 야권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어느 한 쪽을 찍어누르기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대선을 앞둔 야권이 국민을 향해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며 "우선은 그간의 해묵은 불신을 청산하고 한 데 모이는 데 중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금의 차기 대선판은 민주당 편으로, 아직 야당판은 장벽에 가려져 시작되지도 않았다. 반(反)문재인 진영이 정비 되어야 야당판이 오는데 지금 반쪽의 야당 만으로는 야당 대선판이 될 수가 없는 것"이라며 "4월 보궐선거가 끝나고 당이 정비 되어 안철수 대표까지 포함해 반문진영이 모두 하나가 될 때 그 때 가야 야당 대선판이 시작된다"고 언급했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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