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새해 옷 안 사기" 선언, '정리' 바람 몰고 왔다

김지혜 2021. 2.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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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에 따라 분류되지 않은 의류가 옷장에 겹겹이 쌓여있다. 중앙포토

“딱 1년만 옷 안 사고 살아보기.”

새해를 맞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근 주목받은 ‘선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2019년 출간된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문구를 공유하면서 ‘옷 안 사기’를 결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고 약속·모임이 줄면서 외출복을 사야 할 필요성을 덜 느낀다는 것이 이유다.

옷 안 사기를 실천한 뒤 깨달은 바를 공유하는 게시물도 이어진다. 한 네티즌은 “예전에 샀던 옷을 일일이 들여다보면서 옷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비싸다고 좋은 옷이 아니라 나와 잘 어울리는가, 얼마나 자주 손이 가는가 등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정된 아이템을 돌려 입어도 정작 다른 사람은 잘 모르더라”면서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과도하게 의식해 옷 사는 데 큰 비용과 시간을 썼던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이 밖에 “순간적 욕망 때문에 혹은 스트레스를 충동적으로 풀기 위해 물건 사는 버릇을 고쳤다”는 의견도 있다.

옷 안 사기에 동참하는 이들 중 다수는 “미니멀 라이프를 꿈꿔본다”라고도 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간결을 추구하는 흐름을 뜻한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옷 안 사기는 미니멀리즘 트렌드의 일환”이라며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눈에 잘 띄는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반면 건강식이나 인테리어 등 자신 혹은 집에 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케아코리아

미니멀리즘의 주된 특징인 ‘실용’과 ‘가짓수 줄이기’에 따라 정리와 수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희숙 공간미학 대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코로나19로 ‘강제 집콕’을 하면서 옷이 이렇게 많았나 깨닫는 사람이 늘었다”며 “본인이 좋아하는 옷을 선별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간 활용을 위해서라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면서 의류와 신발을 수납·정리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품업체 이케아코리아에 따르면 관련 제품군 판매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에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생활용품업체 다이소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와 ‘집콕족’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지난해 2분기부터 정리 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리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은 “재택근무가 점차 일상화되면서 잡동사니를 모아두던 방을 나만의 사무실로 꾸미는 등 공간 배치나 활용에 대한 욕구가 늘어났다”며 “집뿐만 아니라 공간을 용도에 맞게 쓰려는 니즈가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리수납 전문가가 공간을 디자인하는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과거엔 40~50대 경력단절 여성이 주로 관련 교육을 받았다면 요즘은 20~30대까지 연령층이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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