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2008 총선 '아찔한 점심', 서울 투표율 흑역사

류정민 2021. 2.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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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한국 정치 역사에서 '투표율 흑역사'를 꼽는다면 2008년 제18대 총선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의 심장' 서울을 예로 든다면 2008년 총선 당시 점심(12시) 때까지도 투표율은 25%를 넘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8대 총선 서울의 12시 현재 투표율은 21.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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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점심시간까지 서울 유권자 투표 참여 4명 중 1명 뿐
서울 최종 투표율 50% 넘지 못해, 강남구는 42.3% 머물러 가장 저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해 4월14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인 서울 청운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투표사무원이 기표용구를 점검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 정치 역사에서 ‘투표율 흑역사’를 꼽는다면 2008년 제18대 총선을 빼놓을 수 없다. 주요 정당의 선거운동 총력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치의 일부가 돼버린 선거 여론조사는 민심의 흐름과 현주소를 확인하는 유용한 자료이다. 하지만 유권자 2명 중 1명도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여론조사 결과는 유의미한 자료로 다가올까.

2008년 총선은 정치권에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안 좋은 쪽으로 역대 선거기록을 갈아 치운 해이기 때문이다. 임시 공휴일에 치르는 전국 단위 총선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주요 정당은 오전 6시 이후 투표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투표율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심장’ 서울을 예로 든다면 2008년 총선 당시 점심(12시) 때까지도 투표율은 25%를 넘지 못했다. 유권자 4명 중 1명도 안 되는 인원만 총선 투표에 참여한 뒤 점심 식사에 들어간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8대 총선 서울의 12시 현재 투표율은 21.8%에 불과했다. 강남구 투표율은 18.5%에 머물렀다. 강남구 유권자 중 이때까지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뤄진 15일 서울 영등포구 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 투표함이 도착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유권자 외면의 결과물은 최종 투표율로 나타났다. 18대 총선 당시 서울 최종 투표율은 45.8%에 머물렀다. 807만8355명의 서울 유권자 가운데 370만1734명의 유권자만 18대 총선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서울에서도 강남구 투표율은 극히 낮았다. 강남구 18대 총선 최종 투표율은 42.3%로 서울에서 가장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서울을 기준으로 18대 총선 이전이나 이후에도 총선에서 이렇게 저조한 투표율은 찾아보기 어렵다.

18대 총선 당시 강남갑은 한나라당 이종구 후보가 64.9%의 득표율을 보이며 18.3%에 그친 통합민주당 김성욱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강남을은 한나라당 공성진 후보가 62.7%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18.7%에 머문 통합민주당 최영록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투표 불참 인원까지 고려한다면 공성진 후보는 강남을 전체 유권자의 28.7%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이종구 후보는 강남갑 전체 유권자 25.1%의 지지를 얻어 당선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저조한 투표율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특정 정당의 일방적인 우위 구도가 형성될 경우 투표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열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자신의 한 표가 무의미한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선거가 유권자의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지 못할 경우에도 투표율은 낮아진다.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가 번질 경우 패배한 쪽은 물론이고 승리한 쪽에도 정치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2008년 총선의 경우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 달 만에 치르는 임기 초 선거였는데도 투표율이 저조했다.

2008년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전체 투표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사례가 한 번도 없다. 정치 냉소주의가 상대적으로 옅어진 셈이다. 사전투표제 도입에 따른 투표율 상승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최근 전국 단위 선거인 지난해 제21대 총선에서는 사전투표율이 26.7%에 달했다. 최종 투표율은 66.2%를 기록했다.

오는 4월 서울과 부산의 새로운 광역단체장을 뽑는 재보궐선거는 어떤 투표율을 보일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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