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차박족③] "방송으로 뜬 차박 성지, '쓰레기 천국' 될까 걱정"
"자연훼손 방지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나만의 장비와 나만의 음식 재료를 차에 싣고 훌쩍 떠나 차에서 숙박을 하는 ‘차박족’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자연 속 캠핑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방송가에서도 차박을 콘셉트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다수 제작되면서 대중들의 ‘코로나 시대 여행 방법’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열풍’엔 늘 우려도 뒤따른다. 특히 현재 국내 전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소위 ‘차박 성지’라 불리는 일부 스팟에 여러 사람이 몰릴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차박 명소의 경우 방송 후 한꺼번에 밀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이미 여러 차례 증명이 돼왔다. JTBC ‘캠핑클럽’에서 핑클의 정박지 중 한 곳이었던 경주 화랑의 언덕은 몇몇 사진작가들과 사진 동호회 회원들만 찾았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현재 캠핑장은 재정비로 인해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방송 직후 이곳으로 향하는 산길 터널은 차량들로 줄을 이었고, 이효리가 앉아 명상을 즐긴 ‘명상 바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한 시간 가량 줄을 서야 했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해 연말, 부산 기장군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기장군 해안가 일대 캠핑, 차박 등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곳 역시 주말이면 캠핑카로 북적이던 곳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차박 문화가 유행하면서 주말이면 기장군 해안가 일대에 캠핑카가 몰리고 있다”며 “캠핑을 하면서 취식, 음주, 마스크 미착용 등 감염 우려가 제기돼 방역강화 특별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차박에 따른 쓰레기 투기와 불법주차, 불법취사 등의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다. 차박 캠핑 역시 가능 지역이 정해져 있지만, 일부 여행자들은 이를 모르고 자동차 진입 불가 지역 혹은 공영 주차장 장박, 불법주차까지 불사한다. 실제로 동해안의 한 공영 주차장은 캠핑카의 장기 주차로 인한 민원이 폭주하자 주차장 폐쇄를 결정했고, 인천 강화도 민머루해변, 평창 육백마지기 같은 지역도 아예 취사와 야영을 금지했다. 또 야영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해안가 일대가 쓰레기 천국이 되는 일도 허다하다. 이는 무엇보다 이용객들의 시민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 달에 1~2번 차박을 즐긴다는 A씨는 “차박 가능 지역이 있기 때문에 계획 단계에서 주로 정박지를 정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디로든 떠나고, 어디든 자리 잡을 수 있지만 굳이 ‘캠핑을 해도 되는 곳인가’라고 마음을 졸이면서까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은 누구나 즐길 권리가 있지만, 그러려면 안전을 위해 정해놓은 규칙도 마땅히 지켜야 한다. ‘나 한명쯤이야’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그토록 아름답던 자연은 ‘캠핑 성지’에서 ‘쓰레기 천국’으로 바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자연 속 캠핑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분명 필요하다. 최근에 경상북도의 경우 ‘차박 페스타’를 열고 차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쓰레기 투기 문제에 대해서는 ‘수거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에게 지역 상품권을 주는 방법 등 합리적인 해결책도 모색할 예정이다.
한 캠핑 관계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박 캠핑을 즐기고 있고, 그들이 머무는 지역을 모두 특정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취식금지’ ‘캠핑금지’ 등의 표지판만 덜렁 붙여놓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자연 훼손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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