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차박족①] 해외 대신 국내로..'움직이는 집'에 빠지다

박정선 2021. 2.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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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행법, 사람들 피해서 자연으로
"캠핑, 대중적인 레저 문화로 발돋움"

캠핑, 그중에서도 차 안에서 숙식하는 ‘차박’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끊기고, 붐비는 국내 유명 여행지를 피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욜로’ ‘힐링’ ‘워라밸’을 외치는 이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던 차박이 이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 시대의 여행법은 한 줄로 요약된다. ‘사람을 피해 자연으로’다. 국내외의 여행에 제약을 받는 환경에서, 야외활동과 ‘나만의 공간’이 결합된 차박이 대중을 열광케 한 것이다. 무엇보다 차박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 캠핑이나 글램핑과 달리 예약에 있어서도 유연하다.


실제로 차박의 열기는 사람들의 이동경로를 통해 이 현상이 증명된다.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20’의 이동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을 피해 교외로 이동하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강원도 속초관광수산시장,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 공항, 영화관, 복합쇼핑몰, 공연장, 도서관 등과 같은 밀집 지역의 이동량은 평일과 주말 모두 하락했다.


캠핑예약 플랫폼 ‘땡큐캠핑’에 따르면 2월 1주 차 캠핑 예약 건수는 8054건으로 전년 동기(2380건)에 비해 2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약 8개월간 캠핑용 자동차 튜닝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튜닝 캠핑카 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2~10월)보다 26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1~2회 차박을 즐기는 직장인 A씨(여·36)는 “로망으로만 생각하던 캠핑을 시작한 건 2년 전, 결혼을 하면서다. 싱글일 때는 경제적 부담이 커서 선뜻 도전하지 못하다가 결혼한 후 남편과 뜻이 맞아 전국 각지로 캠핑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야외에서 자연을 즐기면서도 독립된 나만의 공간이 보장되기 때문에 현재도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캠핑과 차박이 각광을 받으면서 관련 산업들도 덩달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국내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던 당시인 지난 3월부터 3개월간의 캠핑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관련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106%)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속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캠핑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이에 캠핑이 대중적인 레저 문화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씨 역시 “어떤 브랜드의 상품을 사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최소한의 것들만 가지고 저렴하게 차박을 즐길 수 있다”면서 “처음엔 나 역시도 평탄화 작업을 한 차량에서 작은 테이블 하나만 놓고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차박용 텐트 하나 가지고 다녔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장비 욕심이 커지고 지금은 캠핑 관련 용품에만 20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투자했다”면서 “텐트만 100만원을 훌쩍 넘고, 그늘막, 캠핑 의자와 테이블, 버너, 온풍기, 아이스박스, 화로, 침낭 등 관련 용품들을 구매하는 등 어림잡아 봐도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전했다.


물론 경차로도 차박이 가능하지만, 차박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렁크 도어를 열면 실내와 바로 연결되고 2열 시트를 접으면 넉넉한 실내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지난해 SUV 차량의 매출도 급속 성장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SUV는 처음으로 연간 60만대를 넘어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 판매용 국내 브랜드 SUV는 총 61만5982대로 2019년 53만4414대보다 15.3% 증가했다.


김포의 한 직영중고차 매장 관계자는 “지난해 팔린 차량 중에 반절 이상이 SUV다. 특히 우리 매장에서는 소형 SUV 매물이 가장 많이 팔렸던 걸로 안다. 작은 차량이지만 없는 편의장비가 없을 정도인데, 거기다 유지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고객님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고객들 중 차박 캠핑을 위해 타고 다니던 경차를 폐차하고 소형 SUV 차량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면서 “요즘 일상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중에 한 곳이 바로 자동차다. 이전엔 단순히 이동수단이었다면 요즘은 이동수간인 동시에 고객들의 삶의 일부분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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