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마약왕이 남긴 골칫거리..마을 쏘다니는 '1.8t 괴물'
야심한 밤, 콜롬비아의 어느 마을에 거대한 동물이 거리를 어슬렁거립니다. 바로 아프리카의 대표 동물 중 하나인 하마인데요. 이 하마는 어떻게 바다 건너 남미에 살고 있는 걸까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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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마약왕, 아프리카서 하마 4마리 데려와
남미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아시나요? 미얀마의 쿤 사, 멕시코의 '엘차포' 호아킨 구스만과 함께 세계 3대 마약왕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죠.
그는 미국에 마약을 팔아 엄청난 돈을 벌었는데, 얼마나 돈이 많았는지 세계 각지에서 코끼리, 코뿔소 같은 동물들을 사들여서 개인 동물원을 만들었을 정도죠.
이때 하마 4마리를 아프리카에서 데려왔는데, 에스코바르는 유독 이 하마를 아꼈다고 하죠. 평소엔 온순하다가도 화가 나면 악어까지 물어 죽이는 하마와 본인의 성격이 “쏙 닮았다”는 이유였답니다.
콜롬비아 특수부대와 미국 마약단속국의 추적을 받던 에스코바르는 1993년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의 개인 동물원은 폐쇄됐고, 동물 대부분은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졌습니다. 하지만 하마는 무게가 1.8톤이 넘을 정도로 워낙 덩치가 크고 무거워서 이송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 콜롬비아 정부는 하마를 주변 강가에 그냥 풀어줘 버렸죠. 문제는 환경이 척박해서 자연적으로 하마의 개체 수가 조절되는 아프리카와 달리 콜롬비아는 먹이도 풍부하고, 하마를 위협할 만한 천적도 없다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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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20배로 불어나…마을도 출몰
그러다 보니 하마들은 엄청난 속도로 번식했고, 지금은 마그달레나강 일대에 사는 하마 수가 무려 80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30년 만에 20배나 불어난 거죠.
심지어 하마들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도 출몰하기 시작했는데요.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하마들이 바로 앞에서 거리를 어슬렁거립니다.
“어느 날 가게에서 돌아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마다’라고 소리치는 걸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이 순간이라고 생각했죠. 정말로 하마가 우리 집 앞에서 길을 지나가고 있어요.” -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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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다치고, 토종 생태계도 교란
하마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위험한 동물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아프리카에서 다른 맹수들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고 합니다. 콜롬비아에서도 지난해 5월 40대 남성이 하마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고, 가축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또 하마가 외래종이다 보니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데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마의 똥이 물속에 용해되면서 박테리아와 해조류의 번식을 촉진시켰는데. 이게 물의 산소를 흡수하면서 토착 어류가 폐사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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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도살 반대…화학적 거세 검토
지금부터라도 개체 수를 조절하지 않으면 20년 뒤에는 1500마리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하마를 도살하려 했지만, 주민과 동물보호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습니다. 하마가 이미 지역의 비공식 마스코트가 된 데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하마를 살처분하는 게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중성화 시술을 통해 번식을 막으려는 노력도 시도 중인데요. 거구의 하마를 유인해 마취하고 두꺼운 피부를 절개한 뒤에 생식기관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인 데다가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대안으로 화학적 거세를 추진하기 위해 돼지 등에 쓰이는 미국산 화학제품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인간들에 의해 강제로 바다 건너 새로운 땅으로 건너온 하마. 콜롬비아 생태계와 하마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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