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어디서 왔을까..4가지 가설, 그리고 의문점
기원과 관련해 분명해진 것 없어
지난 9일 중국 우한(武漢)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해 WHO 전문가들은 지난해 2월과 7월에 이어 지난달부터 세 번째 현지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속 시원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만 더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WHO 조사단을 대표해 설명에 나선 식품안전·동물질병 전문가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4가지 가설을 나열하고, 각각의 가능성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엠바렉 박사가 제시한 4가지 가설은 ▶야생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넘어 사람에게 직접 전파됐을 가능성 ▶동물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에서 적응 단계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 ▶냉동식품이나 냉동된 야생동물 고기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 ▶실험실에서 누출됐을 가능성 등입니다.
엠바렉 박사는 특히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또 ▶우한 화난(華南) 수산시장이 코로나19 진원지일 가능성 ▶중국 밖에서 시작됐을 가능성 ▶2019년 12월 이전에 이미 코로나19가 퍼졌을 가능성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 내에서 만들어진 뒤 누출됐을 가능성 ▶기후변화가 코로나19 발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 등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문점입니다.
기자회견 이후 해외 언론에서는 WHO의 조사가 이번에도 미흡했고, 중국 측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하는 전문가 목소리도 전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디서 왔을까요? 과연 알아낼 수는 있을까요?
답답함을 조금 풀어드리기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과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소개된 4개의 가설, 그리고 관련 의문점 5개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학계의 연구 결과와 제기된 주장도 덧붙여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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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1: 동물에서 직접 전파됐다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종간(種間) 장벽을 뛰어넘어 직접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입니다.
중간 숙주 가설보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WHO 조사단은 일단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을 대표해 설명에 나선 칭화대의 량원넨(梁萬年) 교수는 "야생 동물 45종과 가축 등 1만 마리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유전자 검사도 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모두 음성으로 판정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야생 동물과 가축을 조사했지만, 2019년에 동물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한 증거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한의 경우 인구 1000만의 대도시여서 박쥐 바이러스가 직접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그런 환경이 아니라는 설명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중국 윈난성에서 채집한 박쥐에서 나온 RmYN02라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93%가 같았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하지는 않지만, 이보다 더 코로나19와 가까운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채집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최근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소속 학자들은 천산갑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감염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3월 미국·호주·영국 연구자들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한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수년 또는 수십 년 전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졌고, 소규모로 은밀하게 퍼지고 있다가 새로운 유전적 특성을 얻으면서 대규모로 유행하게 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직접 전파의 증거는 없는 셈입니다.
향후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혈청 분석과 유전자 검사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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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2: 중간 숙주를 통해서 옮았다
WHO 조사단도 가장 유력하게 보는 가설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 있다가 중간숙주를 거쳐 사람까지 왔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2013년 채집된 중간관박쥐(Rhinolophus affiinis)에서 분리된 코로나바이러스 RaTG13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96% 일치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S) 단백질 부분만 보면 RaTG13의 S 단백질 유전자는 코로나19와 90% 일치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정도로는 사람에게 직접 감염하지는 못합니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중간숙주인 사향고양이, 중동호흡기중후군(MERS)의 중간 숙주인 낙타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각각 사스·메르스 바이러스와 보인 상동성(相同性·서로 일치하는 정도)가 99.8%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RaTG13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라고 못 박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별도의 중간 숙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습니다.
초기에는 중간숙주로 뱀이나 밍크가 거론됐으나, 천산갑이 유력한 중간 숙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천산갑에서 나온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상동성이 91% 였지만, 스파이크 단백질 중에서도 사람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 즉 RBD에서는 100%의 상동성을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박쥐 바이러스와 천산갑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재조합된 모자이크 바이러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탄생했고, 이것이 아직까지 확인 안 된 어떤 중간숙주에 깃들여 있다가 사람에게 옮아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박쥐와 천산갑에서 유사 바이러스가 발견됐지만, 이러한 박쥐가 중국 다른 지역에는 서식해도 우한이 있는 후베이 성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종류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중간 숙주를 찾으려면 중국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들까지 범위를 확대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할 상황입니다.
한편, 지난해 6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IV)는 중국 윈난성 박쥐에서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분리됐다고 밝히면서, 이들 박쥐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얀마·라오스 등에서도 서식한다는 점을 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조상 바이러스가 동남아에서 유래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9일 싱가포르와 태국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태국에 서식하는 박쥐와 천산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항체를 찾아냈다고 보고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미얀마나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접 조상을 찾아낼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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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3: 냉동식품·야생동물 고기에 묻어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나타난 집단 감염이 베이징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新發地) 시장에서 판매한 유럽산 연어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연어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연구팀은 섭씨 4도로 냉장 보관한 연어에 붙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8일 동안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연어가 코로나19 국제 전파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9월 중국 창춘시에서는 러시아산 냉동 오징어 포장에서, 톈진시에서는 수입 냉동식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우한의 코로나19가 냉동식품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해 10월 보도한 바 있습니다.
WHO 조사단의 엠바렉 박사 역시 "냉동식품과 냉동된 가축 육류나 야생동물 고기 등이 교역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차가운 상태로 최대 3주까지 감염력을 잃지 않고 존재할 수 있으므로 콜드체인(냉동식품 운송과정)을 통해 먼 곳에서 전달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내 다른 지역 혹은 해외에서 중국 내 시장으로 유입됐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초기 우한에서 화난 수산시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는 게 WHO 조사단의 설명입니다.
과거 2002~2003년 사스 발생 때부터 밀렵이나 불법 거래된 야생동물이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옮기는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
중국 당국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야생동물 단속과 처벌을 강화했고, 지난달에는 동물방역법도 개정했습니다.
이 가설은 중국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데 유용한 가설이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수입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습니다.
야생동물 육류의 불법 거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의 공항으로 불법 운송되는 부시 미트( (bush meat), 즉 열대 아프리카에서 사냥해서 얻은 야생동물 고기가 연간 8톤 이상이나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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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4: 실험실 사고로 누출됐다
WHO 조사단은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엠바렉 박사는 "실험실 유출은 극히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연구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과거 중국이나 대만, 미국 등에서 실험실 바이러스 누출 사고가 없지 않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서 연구되거나 보고된 사례가 없던 것이라고 엠바렉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실험실에서 보유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누출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설명입니다.
더욱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IV) 등 이곳 실험실 등의 관리 수준으로 봐서는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WIV가 박쥐 등에서 수집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실제로 다뤘던 곳인 만큼 실험실 누출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WIV에 대한 현장조사가 처음 확산이 일어난 후 1년이 지난 뒤에, 그것도 겨우 4시간만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철저한 조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 하버드대 전염병 학자인 마크 립시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훌륭한 안전 규정을 갖췄다는 그들의 진술만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다.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도 지난해 2월 '코로나19 고등급 바이러스 미생물 실험실의 생물 안전 관리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하고 실험실 내 바이러스 관리 강화를 지시했는데, 문제가 없다면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에 대해 의문이 제기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 WIV나 우한시 질병통제센터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내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WIV는 현재까지 코로나19와 가장 유사한 바이러스인 RaTG13을 지난 2013년 채집했고, 2017~2018년 무렵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까지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중국 남부 윈난성 폐광에서 채집한 바이러스라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에야 전문가들이 염기 서열을 대조해 파악했습니다.
2012년 윈난성 폐광에서는 박쥐 배설물 청소를 하던 인부 6명이 발열과 기침을 동반한 폐렴에 걸렸고, 3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바이러스를 외부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던 WIV 과거 행적을 본다면, WIV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바이러스 정보를 다 공개해왔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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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 1. 실험실에서 만든 바이러스일까
실험실 누출과 관련해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바이러스가 아니냐는 의문도 초기부터 제기됐습니다.
9일 기자회견에서 량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전 세계 학계에서 이미 기각된 것"이라며 "우한의 연구소에는 그런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다"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9월 홍콩 출신의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그의 논문에 대해 학술 논문으로 충분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학계의 비판이 거셌고, 중국에 반대하는 정치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샀습니다.
그럼에도 이달 초 프랑스 전문가들은 '환경 화학 레터스'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이 과학계에서 널리 지지받고 있지만, 아직 결정적이지는 않다"며 "실험실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을 공식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 실험실에서는 박쥐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 부위(RBD)를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의 RBD로 교체하는 등의 재조합 바이러스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야생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 유전자의 기능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성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는데, (이런 기능 획득 연구 등을 위한 바이러스 합성은) 한 달이면 가능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 미생물학과 로산나 세그레토 교수 등은 '바이오에세이 (BioEssay)'에 기고한 글에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바탕으로 '키메라 바이러스'를 만드는 진행한 재조합 실험이 지난 20년 동안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세크레토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위적 기원 주장도 비난받아야 할 근거 없는 음모이론이 아니다"라며 "연구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한 모든 원인을 고려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대학 안젤라 라스무센 교수는 지난달 '네이처 메디신'에 쓴 기고문에서 "2019년 12월 출현하기 전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학자들에게 알려져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며 "기능 획득 연구는 철저한 조사와 정부 감독 아래 진행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드는 것과 같은 위험한 연구가) 감시 레이더 하에서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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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 2: 화난 수산시장이 진원지일까
기자회견에서 량 교수 등은 "코로나19 초기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지만, 우한 내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12월 31일 우한은 코로나19 1차 감염자 41명을 보고했는데, 이때 27명만 화난 시장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천(陳) 모 씨는 2019년 12월 8일 처음 의심 증상을 보였는데, 화난 수산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2019년 12월 1일 발병한 70대 환자도 평소 치매와 뇌경색 등을 앓고 있어 외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엠바렉 박사는 "초기 감염자는 산에 자주 오르는 등 특별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 인터넷을 즐기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화난 수산시장은 코로나19 전파에서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고, 첫 환자가 확인되기 몇 주 전에 다른 지역에서 유행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WHO 조사단이 화난 수산시장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화난 수산시장은 폐쇄됐지만, 유행 당시를 되짚어 보면 다양한 동물들, 코로나19에 취약한 동물들이 판매되고 있어 전파 매개체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조사단의 설명입니다.
WHO 조사단도 화난 수산시장에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왔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조사단이 화난 수산시장에서 머문 시간은 고작 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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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 3: 2019년 12월 이전에는 코로나19 없었을까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공식 보고된 것은 2019년 12월 27일이었고, WHO에 보고된 것은 2019년 12월 31일이었습니다.
9일 기자회견에서도 WHO 조사단이나 중국 전문가는 2019년 12월 전에 우한이나 후베이 성에서 코로나19가 유행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한의 환자도 대부분 2019년 12월 후반부터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WHO 현장 조사팀이 중국 후베이성 일대에서 폐렴 등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한 92명에 관한 의료 기록을 중국 정부로부터 입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WHO 조사단의 엠바렉 박사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 당국은 최근 몇달 동안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혈청 테스트를 했으나, 3분의 1은 이미 사망하거나 테스트를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검사에 응한 나머지 환자들은 모두 음성이 나왔으나, 이들이 감염된 지 1년이 지나 항체가 탐지 불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었을 수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해 3월 중국 정부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 내 첫 코로나19 환자는 2019년 11월 17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국 abc 방송도 "2019년 11월 말에 미국 정보 당국이 중국 우한 지역의 전염병 확산에 따른 위험성을 국방부와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지난해 4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2019년 9월 12일에서 12월 7일 사이 우한이 아닌 중국 내 남쪽 지역에서 첫 발병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중간 숙주동물에서 조용히 지내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치명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돼 사람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언제 첫 환자가 발생했는지도 바이러스 기원을 찾는 데 중요한 과제인 만큼 이에 대한 추가 연구는 반드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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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 4: 다른 나라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은 없나
중국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불리는 중국공정원 중난산(鐘南山) 원사는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거듭 주장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연구팀은 지난해 2월 "2019년 10~11월에 중국에서 처음 전파가 돼 이탈리아 내에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 2019년 11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에서 노인을 중심으로 매우 이상하고 심각한 폐렴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2019년 10월과 2020년 2월 사이 이탈리아 밀라노와 토리노의 생활하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하수에서도 2019년 3월 시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게다가 밀라노 국립암연구소에서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3월 사이 진행된 폐암 검진 연구 지원자 959명 가운데 11.6%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2019년 11월 10일 채취한 25세 여성에게서, 12월 5일 채취한 이탈리아 4세 소년의 혈액에서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해 1월 말 중국인과 접촉한 이탈리아인이 전파한 것이 정설인데, 중국에서 첫 환자가 보고가 되기도 전에 이탈리아에서 퍼졌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더라도 다른 인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항체를 가졌을 가능성도 있고, 코로나19가 아닌 바이러스인데도 일부 유전자가 일치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판정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진원지는 아니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먼저 세계로 퍼졌을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019년 11월에 첫 환자가 발생, 12월 말에는 이미 프랑스 내에서 번지고 있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피에르-루이 전염병 및 공중보건 연구소(iPLESP) 연구팀이 유럽역학저널에 기고한 논문을 인용해 2019년 11∼12월에 채취한 혈액 시료 10건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에서도 2019년 12월 13~16일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주에서 모은 39명의 혈액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2019년 10월 우한에서 열린 제7회 세계 군인체육대회에 참가했던 미군이 코로나19를 전파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측에서는 "WHO가 중국을 조사한 것처럼 미국 등 다른 나라도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WHO 조사단에서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2019년 이전 혈액 시료를 혈청학적으로 광범위하게 분석해 바이러스 존재를 추적한다면 초기 발생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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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 5: 코로나19 발생 기후변화가 탓일까
인류에 의한 환경 파괴,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코로나19 발생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초기부터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의 배경이 될 뿐이지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기후 위기가 실제로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는 박쥐의 서식지 변화를 초래해 코로나19를 촉발했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최근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박쥐가 선호하는 산림 서식지의 성장을 촉진했고, 중국 남부를 박쥐 매개 코로나바이러스의 '핫스팟(hotspot)'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20세기 동안 중국 윈난성 남부와 미얀마와 라오스의 인접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식생 유형의 대규모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열대 관목 숲이 열대 사바나와 낙엽 삼림으로 바뀌면서 주로 숲에 사는 많은 박쥐 종에게 적합한 환경이 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20세기에 추가로 40종의 박쥐가 중국 윈난성 남부로 이동했고, 이 지역에서는 100종 이상의 박쥐 매개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윈난성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로 서식지가 바뀌면서 박쥐 종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고, 바이러스 분포 지역도 변경됐다"며 "동물과 바이러스 간의 새로운 상호 작용이 일어나면서 더 해로운 바이러스가 진화해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 박쥐 개체군은 약 3000개의 서로 다른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며, 각 박쥐 종은 평균 2.7개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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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기원 찾는 데 10년 걸릴 수도
엠바렉 박사는 지난달 중순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기원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은 미래에 같은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재도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미래의 유사한 사건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효율적인 치료법과 백신을 개발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2002~2003년 발생한 사스의 경우도 박쥐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인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까지 전파된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데 10년이나 걸렸습니다.
그 경로를 2013년에 밝힌 것이 바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WIV) 연구자들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기원을 밝히는 데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현재 발생한 코로나19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미래의 유사한 전염병, 더 강력한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지난해 5월 열린 세계보건총회 당시 세계 각국의 보건장관은 WHO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바이러스의 기원과 중간 숙주 등 바이러스가 인류에 유입되는 경로를 확인하도록 요청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세계 각국은 관련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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