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도 겁낸 김범석의 '10년꿈'..쿠팡, 뉴욕증시 상장한다
지난해 매출 13조원..두 배로 성장
인프라·신규사업 확대 가속도 낼듯
2025년까지 일자리 5만 개 창출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창업자)이 제시하는 쿠팡의 비전이다. 국내 이커머스의 역사는 ‘BC’(비포 쿠팡)과 ‘AC’(애프터 쿠팡)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쿠팡은 기존 유통시장을 뒤흔든 ‘메기’로 불려왔다.
이런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쿠팡은 1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쿠팡 창업 1주년이었던 2011년 8월 “2년 내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밝힌 지 10년 만이다. 2014년 5월 국내 1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지 7년 만이다. 쿠팡은 당초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세계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절차를 밟게 됐다. 국내 기업이 NYSE에 직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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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유니콘의 미 증시 직상장
쿠팡은 ‘CPNG’라는 코드로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될 보통주 수량 및 공모가격 범위는 결정되지 않았다. 향후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로드쇼를 한 뒤 공모가격이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르면 다음 달 NYSE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이날 SEC에 제출한 S-1 신고서류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은 매출 119억6700만 달러(약 13조2500억원)를 기록했다. 2019년 7조1530억원보다 거의 두 배(85.2%)로 성장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쿠팡이 11조1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5억2770만 달러(약 5800억원)로 2019년 7205억원보다 개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코로나19) 여파로 안전감시단 2400명 운영, 방역시스템 마련 등에 5000억원을 지출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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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30조원대…투자 가속화할 듯
상장 후 쿠팡의 기업 가치는 20조~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쿠팡의 시장가치를 300억 달러(약 33조2000억원)로 평가했다. 쿠팡 내부에서는 400억 달러(약 43조7000억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쿠팡이 NYSE 직상장을 선택한 배경으로 안정적인 투자자금 확보를 꼽는다. 쿠팡은 지금까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34억 달러(약 3조76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2018년 이후 비전펀드를 포함, 추가 투자가 끊긴 상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3분기 투자금 회수(엑시트·exit)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쿠팡의 사업모델을 확대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쿠팡은 S-1 서류에서 “2019년까지 누적 적자가 35억6600만 달러(약 3조9500억원)였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고객 기반을 늘리고, 마케팅 채널을 확장할 것”이라며 투자 확대 노선을 분명히 했다.
업계는 쿠팡이 풀필먼트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한다. 풀필먼트란 판매자의 상품을 보관·배송·고객 응대까지 일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물류센터나 거점 캠프가 많을수록 당일배송·신선배송 등 쿠팡의 강점이 강화되는 구조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은 수수료 수익 확보와 택배 밀집도 향상을 통한 단가 하락,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30여 개 도시에 150개 이상의 주문처리·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직고용한 배송 인력만 1만3000명이 넘는다. 2025년까지 일자리 5만 개를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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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라이브커머스로 광폭 행보
온라인 동영상(OTT)과 실시간 방송 등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말 월 2900원에 로켓배송부터 OTT인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와우 멤버십’ 구독 모델을 내놨다. 지난달엔 실시간으로 쿠팡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쿠팡 라이브’ 방송을 시범 운영했다.
모두 ‘락인(잠금)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쿠팡의 행보는 고객이 최대한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쿠팡 내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렇게 ‘미친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상당히 유망하며,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럽의 시장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중국과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다. 한해 성장률이 11~14%로 한국이 2024년께 영국·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쿠팡은 2016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이래 매해 40~60%씩 성장하고 있다. 2018년 1분 이후엔 매 분기 우상향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쿠팡의 재구매·추가구매 비율은 90%에 이른다. 2016년 87%보다 3%포인트 늘었다. 포브스 미국판은 과거 김범석 의장과 인터뷰에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한국 진출을 꺼리는 이유가 쿠팡과 김범석 의장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쿠팡은 S-1 서류에서 아마존과 비교해 자사의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마존보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며, 더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문한 다음 날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 월 2.5달러(2900원) 무료배송, 간편한 반품 시스템 등을 사례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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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커머스 대혼전 예고
위협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네이버를 방문해 대주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전통의 유통 강자인 롯데는 이커머스에서 만회 카드를 노리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또 한 번 시장을 휘젓는다면 국내 유통시장은 합종연횡과 인수합병 등 격변에 휘말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팡 관계자는 “미국 SEC 규정 및 관련법에 따라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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