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도 정치적이냐" 소리도 들은 文선물 수취인 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설을 맞이해 경북 안동소주, 경기 여주 강정 등 지역 특산품으로 구성된 선물을 국민 약 1만5000여명에게 보냈다. 각계 원로, 애국지사, 국가유공자를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현장의 의료진, 역학조사관 및 사회복지업무 종사자가 이번 설 선물을 받았다.
대통령 명절 선물의 수신처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의 목표와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선물 수령인 명단엔 주로 사회 원로와 애국지사, 국가유공자가 포함되지만, 그 외 명단은 그 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안 등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올 설 선물을 받는 사람들에 코로나19 의료진 등이 포함된 것은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의 중심에 코로나19 극복이 놓여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 땐 코로나19 방역 현장의 의료진, 역학조사관과 함께 집중호우 대응 인력에게도 선물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수해 현장 복구에 특히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를 위해 경남 양산 자택에 찾았다가 중부 지방 집중 호우 소식에 급하게 청와대로 복귀했고, 충청·경기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추석 선물에 동봉된 인사말에서 “한 분 한 분을 걱정하며 방역과 재난복구, 민생경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대통령 설 선물 수령인엔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청와대는 2019년 7월 시작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 규제 시작 11일 뒤인 7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했다. 정부는 이후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했고, 문 대통령은 관련 현장들을 방문하며 수출 규제 극복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반일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설 선물을 받은 이들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대응 관계자, 독도헬기 순직 소방대원,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신남방정책 협력자도 포함돼 있었다. ASF 발병, 독도헬기 추락사고, 신남방 정책 등은 모두 2019년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 2019년 추석 땐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 구조대원과 강원도 산불 진화 자원봉사자에게, 2018년 설 땐 경북 포항 지진 이재민에게 문 대통령이 선물을 보냈다.
문 대통령의 2018년 추석 선물은 특별했다. 추석 직전이던 9월 18~2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송이버섯 2t을 문 대통령은 미상봉 이산가족에게 추석 선물로 보냈다. 미상봉 이산가족 중 고령자를 우선적으로 4000여명을 선정해 송이버섯 약 500g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부모형제를 그리는 이산가족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을 동봉했다.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초점이 북한 문제 해결에 맞춰 있었던 때다. 하지만 이듬해 2월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면서(‘하노이 노딜’), 남북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명절이었던 2017년 추석 땐 전직 대통령에게 보내는 선물이 논란이 됐다. 당시 청와대는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을 보냈다. 하지만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선물을 발송하지 않았다. “명절 선물까지 정치적이냐”는 비판도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당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어서 선물을 보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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