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어린 레이디가가와 앨범..미국 울린 베넷 치매 투병기
20세기를 풍미했던 팝가수 토니 베넷의 알츠하이머 투병기가 화제다. 한국이 일제강점에서 광복한 1945년에 데뷔한 베넷은 그 특유의 감미롭고 깊은 목소리로 부른 재즈풍의 노래로 그래미상만 19번 타냈다. 그런 그가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당시 그는 트위터에 “삶이란 선물이다 -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도 말이다”라고 적으며 투병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최근 미국 은퇴자협회(AARP)가 격월로 발행하는 잡지에 상세한 투병기를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일(현지시간) 베넷 투병 소식을 전하며 “베넷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희망”이라며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 상실과 인지 능력 부족 현상이 있긴 하지만 동일 연령대 일반인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베넷이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자택을 방문한 AARP 기자에게 던진 첫 질문은 “그래, 오늘 날씨가 어떻소”였다고 한다. 베넷 자신이 휠체어에 타고 산책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고 한다. 그의 기억력 상태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베넷이 새 앨범을 낸다. 자신보다 60세 어린 팝스타 레이디가가와 함께 한 듀엣이다. AARP는 “직접 인터뷰도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진 베넷이 포기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음악”이라고 적었다. 이번 앨범은 2018년에서 지난해에 걸쳐 녹음한 곡으로 구성됐다. 베넷의 상태로 볼 때 그가 내는 정식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족의 헌신 없이 베넷의 이런 활동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그의 곁을 24시간 지키는 이는 부인 수전이다. 남편보다 40세 연하인 수전은 베넷의 팬이었다. 수전은 AARP에 “10대 시절부터 랩이나 힙합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달리 나는 토니 베넷의 재즈풍 팝에 끌렸다”며 “용돈을 모아 팬클럽에 가입해 지역 팬클럽 리더가 됐고, 그 덕에 콘서트 뒤 토니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2007년 결혼했다.
베넷은 가족의 이름도 잊어버렸지만, 요리도 직접 하고 그림도 그린다. 이런 결과물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활발히 공유한다. “이탈리아계인 나는 역시 파스타 요리가 잘 맞는다”라며 에이프런을 두르고 환히 웃는 사진을 올리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꼭 맞자. 나도 오늘 맞았다”라며 근황을 전하는 식. 물론 포스팅을 직접 쓰는 건 수전 등 가족의 몫이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베넷은 예전의 그와는 분명 다르다. 수전은 AARP에 “옛날의 토니가 솔직히 그립다”면서도 “그래도 노래를 할 때는 여전히 예전의 토니가 돌아온다”고 말했다. 수전은 조용히 남편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마지막 순간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토니가 더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그때가 마지막일 것이다. 노래는 그에게 전부이니까.”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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