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에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2021. 2.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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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의 단절과 결핍보다는 언택트의 편리함에 익숙해져가는 시대. 우리는 이대로 소통하지 않는 존재가 돼버리는 걸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염없이 계속되고 있는 시기에 새해가 찾아왔다. 정신과 진료실이 워낙 부정적인 이야기를 주로 듣는 공간이라지만, 그래도 연초에는 평소보다 희망 섞인 이야기들을 듣곤 했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삶을 살아내 우울한 과거와 작별하고 싶다는, 그러기 위한 작은 시도를 했다는 반가운 말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미래를 밝게 바라보는 목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보여주듯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병원 밖에서 만나는 이들도 우울감과 무기력을 호소하며, 나와 내 정신과 의사 동료들도 동일한 증상을 어느 정도씩 겪고 있다. 어떤 연유일까? 코로나 블루의 원인은 다양하다. 물론 경제적 타격이 가장 흔한 이유이겠지만, 절대 그것만은 아니다. 최근 발생한 우울감과 무기력의 원인으로 진료실 안팎에서 자주 듣는 답변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없어졌다”란 말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애써 부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어쩔 수 없이 인류의 DNA에 새겨진 명백한 사실이다. 개인 생활을 하는 호랑이와 달리 무리 생활을 하는 늑대처럼, 사람도 그렇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안정감이 마음의 안정으로 이어지며, 불안정하거나 단절된 관계는 불안과 우울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1년간 우리 모두의 삶은 큰 변화를 맞았다. 수업은 원격으로, 출근은 재택근무로 바뀌었다. 수업 뒤 친구들과, 퇴근 후 직장 동료나 동네 친구들과 보내던 일상은 사라져버렸다. 귀찮게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마냥 편할 줄 알았는데, 잔소리하는 상사와 마주치지 않으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왜 이리 무기력해진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동안 진료를 해오며 몰랐던 사실을 새로 깨닫고 있다. 사람들과 커피 한잔하며 수다 떨고, 술 한잔하며 실없는 소리 하고, 같이 운동하고 취미 생활을 즐기던 시간. 그 일상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 비중이 이렇게 높았었다는 사실을, 이것들 없이는 너무도 손쉽게 우울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최근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인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우리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요즘은 정말 사람 만나서 갈 수 있는 곳도 없어요”라며 대인 관계 자체를 포기한 채 집에만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료실에서 듣는다.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정신과 의사라고 해서 특별할 것이 없다. 밖에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별것 없어 보이는 조언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게 해답인데 어쩌겠는가. 가까운 곳에 있는 누군가와 마스크 쓰고 밖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코로나 블루 방역 대책이다. 만날 사람이 없을 경우 혼자 나가서 걷고 들어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전 시간에 출근하듯 집을 나가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작다면 작은 노력 역시 단연코 도움이 된다. 사람은 어찌나 극심한 사회적 동물인지, 꼭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 모르는 이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만으로도 혼자일 때에 비해 우울감이 호전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자가 격리나 다른 여러 이유로 아예 나갈 수 없는 상황의 사람도 많은 요즘이다. 그런 경우에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연결돼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을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문자 연락부터 화상 통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러 명이 동시에 만나는 것까지, 언택트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을 활용해서라도 타인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아야만 한다. 뻔한 말이지만, 위기는 항상 기회이기도 하다. 역으로 오히려 지금이 특별한 대인 관계를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자. 이미 우리는 대인 관계가 확 정리되는 이벤트와 계기를 수차례 겪으며 살아왔다. 어린 시절 새 학년이 돼 학급이 바뀔 때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진학할 때, 성년이 돼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올 때, 이사와 이직 등의 변화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의 대인 관계는 큰 변화를 겪었다. 그렇게 불가피한 이별, 멀어져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어지는 특별한 관계는 분명 있다. 물론 이런 특별한 존재들은 애초에 다른 관계보다 더 끈끈했기에 끊어지지 않고 남은 것이겠지만, 살아남은 그 관계에 우리는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이다. 지금이 그런 시기다. 모든 대인 관계가 끊어지는 지금 같은 시기에 연락 한 번은 이전과는 분명 다른,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너무 긴 언택트의 시간 속에 우리는 지쳐가고 있지만 다시 만날 시간은 분명히 온다. 그때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서로 간의 연결이 너무 희미해지지 않도록 지금 연락해보자. 나 역시 그런 이들에게 그리운 마음을 오랜만에 전달해봐야겠다. 잘 지내냐고. 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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