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호 공급? 실현 가능성 없다.. 분양가 낮춘 올바른 공급 필요"
[김민준 기자]
4일, 정부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공급에 있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힌 지 21일 만이다. 2.4대책은 이름대로 부동산 불안정을 진정시킬 '획기적' 조치가 될 수 있을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운동 본부장(본부장)은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며 맹점을 짚었다. 지난 9일 진행한 김 본부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추렸다.
▲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주거개혁운동본부 본부장 |
ⓒ 이희훈 |
"애당초 83만 호 공급을 실현할 가능성이 없다. 하태경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4년 동안 SH공사에서 공급한 주택은 1.7만여 호에 불과하다. 이번 2.4대책의 핵심주체가 바로 SH공사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장관 인선에서부터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규모 공급 경험이 부재한 인물이 1년 남은 임기 동안 효과적인 공급 대책을 추진할 수 있을 거라 보지 않는다. 8000여 호 정도 공급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 그간의 기조에서 선회해 공급확대라는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안으로 보인다.
"결국 재개발과 재건축 위주의 토건 사업으로 돌아갔다. 2.4대책의 기조는 32만 호를 공급하기 위해 50만 채의 주택을 헐고 80만 개를 신축하는 것이다. 철거 대상 지역의 주거형태 대부분 다세대 빌라와 단독주택으로 주택 소유자보다 세입자가 월등히 많다. 세입자를 강제로 쫓아낼 수 없기에 임대차 기간 4년간 사업이 지연된다. 임차인 보호를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3법을 도입한 정부다. 장기적인 비전과 맥락 없이 공급대책을 남발하다 보니 제 덫에 걸린 꼴이 됐다."
- 대책 수립과정부터 잘못됐다는 것인가.
"치밀한 사전 계획이 없었던 것이 문제다. 대규모 공급을 대대적으로 공표하고 진행해서는 안 된다. 부지를 선정하고 재개발 지역 임대차 실태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합리적인 재개발에서는 공공이 단계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부지를 확보해나가는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2.4대책은 진행 과정이 정반대다. 선 발표 후 부지를 선정하고 있다. 후속대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세부 방안도 문제다. 투기 차단을 이유로 신규매입자에 대해 우선공급권을 미부여하는 방안 역시 엄연한 재산권 침해다. 재개발 지역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할 수는 없다. 대책의 목적과 상관 없이 세입자와 원주민들은 거주지에서 내몰리고 부동산 투기꾼들이 난립할 것이다. 동자동 재개발을 발표하자 반발이 일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정부는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 단기 공급확대방안도 내놓았다.
"주택가격이 오른 현시점에 고시원 등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겠다는 건 190만 채의 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사업업 등록자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해왔다. 지난 4년간 특혜를 받아온 임대업자가 매입한 주택이 100만 채이고, 그중 다가구 빌라와 고시원은 50만 채에 이를 것이라 추정된다. 고시원 등 시설을 공공이 매입하는 방안은 주택을 다량 매입한 임대사업자가 비싼 가격에 매물을 매도하게끔 돕는 것에 불과하다.
이 방안대로라면 고시원에 거주하는 기존 임차인에게도 불리하다. 고시원 리모델링 역시 세입자 퇴거가 우선돼야 하기에 주거권 침해가 우려된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른 임차기간 보호라는 기존 대책 방향과 2.4대책이 상충하는 셈이다."
-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임대차3법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도입 시기와 순서가 잘못됐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반면, 전월세신고제는 6월부터 적용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오작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고제를 통한 임대차 현황 파악이 우선해야 했다. 공급대책과 계약갱신청구권이 상충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전월세신고제를 우선 시행해 재개발 지역의 임대차 현황을 파악했다면 공급대책과 임차인 보호가 충돌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었다."
-정비사업 등 부문을 공공이 직접 주도할 것이라 밝혔다. 그동안 주장해왔던 시장에서의 공공의 영향력 확대와 맥이 닿아 있지 않은가.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완화해 토지 용도를 주거에서 상업지구로 변경하는 특혜를 제공하는 게 이번 공급대책의 골자다. 공공은 용지를 확보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에 그칠 뿐이다. 주택공급 사업의 핵심인 재개발의 시행과 시공은 모두 대형 건설사의 몫이다. 공공이 매입한 토지에 직접 건설공급을 하지 않는 이상,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건설사에게 돌아갈 것이다."
▲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 (자료사진) |
ⓒ 이희훈 |
"답은 '많은 공급'이 아니라 '올바른 공급'에 있다. 수십만 호에 달하는 대규모 공급은 필요하지 않다. 공공이 임야 등 토지를 매입해 저렴한 가격의 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 각 지역에 순차적으로 반값아파트를 월 2000호씩 공급하는 것도 대안이다. 30평형 아파트를 강남 4억 원, 강북 3.5억 원, 경기 3억 원에 매달 공급한다면 주변 아파트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 반값아파트가 과연 실현 가능한가.
"토지임대부가 방안이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부지인 서울의료원은 1970년대 평당 20만 원에 매입했다. 공공소유 토지임대에 대한 적정한 지대를 책정하고 건물을 원가에 분양하면 시세 반값 수준의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 기존 주택가격은 새로 공급되는 주택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 신축 아파트의 90%는 공공이 공급한 택지에 지어졌다. 그중 LH 등 공공이 직접 분양하는 물량은 30만 채 중 2만여 채 꼴이다. 나머지는 대기업에 사업권을 내주고 있다. 공공이 직접 분양할 의지만 있다면 토지임대부 아파트 확대는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전세값 폭등과 전세 매물 부족 해결방안은 없나.
"전월세 가격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임대차 실수요자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급여를 제공하는 게 단기적인 대안이다. 월 30여만 원 정도의 주거급여를 임차인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해 주거 부담을 덜도록 해야 한다.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고 있기에 시장에서의 가격조정 문제도 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30평형 공공주택에 원룸형 소형주택을 혼합해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를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서 택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서 장기 무주택자부터 우선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면 전세값 역시 안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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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경실련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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