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모리 사임..후임에 '성추행 의혹' 하시모토 부상

여성 비하 발언 9일만에 사임 의사 밝혀
후임으로 꼽히던 가와부치도 논란 끝 고사
교도통신, "후임에 하시모토 담당상 유력"
조직위, 위원회 구성해 회장 선임 작업 시작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가 오래 걸린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리 요시로(森喜朗·83)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12일 공식 사임했다. 지난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지 9일 만이다. 후임으로는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56) 올림픽 담당상이 부상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해 9월 24일 IOC와의 비디오 회의를 위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왼쪽)과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담당상. [EPA=연합뉴스]

12일 오전까지 모리 회장의 후임으로 결정됐다고 전해졌던 가와부치 사부로(川淵三郎·84)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이날 오후 "(회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장 선임 절차 문제 및 과거 발언 등으로 비판이 이어지자 지명에 앞서 회장직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모리 회장은 12일 오후 도쿄에서 열린 조직위 이사·평의원 합동 간담회에서 "오늘로 회장직을 사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올림픽을 제대로 7월에 개최하는 것"이라며 "그 준비에 내가 있는 것이 방해가 되면 안 된다"며 사퇴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모리 회장은 또 "이번에 나의 부적절한 발언이 원인이 돼 큰 혼란을 초래했다. 많은 분께 큰 폐를 끼쳐 정말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모리 위원장 사임 발표 직후 이를 받아들인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문제는 후임 선정이다. 가와부치 축구협회 전 회장이 자리를 고사하면서 후임자 지명은 백지화된 상황이다. 조직위는 모리 회장의 후임을 선정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장 교체를 위한 정식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교도통신은 모리 회장 후임으로 하시모토 올림픽 담당상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1964년생 여성인 하시모토 담당상은 스피드 스케이트와 사이클로 동계올림픽에 4회, 하계 올림픽에 2회 출전한 운동선수 출신 장관이다.

그러나 하시모토 담당상도 참의원 시절이던 지난 2014년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일본 스케이트 연맹 회장을 맡고 있던 그가 소치 동계올림픽 폐회식 후 선수촌 파티에서 인기 피겨스케이스 선수인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를 강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모습이 주간지에 공개돼 비난을 받았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